내년 태국 방콕이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신(新) 남방 금융협력 컨트롤타워인 ‘한·아시아 금융협력센터(가칭)’가 들어선다. 아세안 내 경제통합이 활발한 가운데 한국도 민관협력을 강화해 현지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일본에 맞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2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금융권 간담회’에서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협력센터 설립 연구용역에 대한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본지는 이달 서울포럼 내 신남방포럼을 개최해 ‘신남방 정책과 경제교류를 통한 아시아의 공동번영’이라는 주제로 신남방국가와의 협력 방안을 집중적으로 다룬 바 있다. ★본지 5월15일자 1·4·5면 참조
연구용역에 따르면 내년으로 예정된 한·아시아 금융협력센터 설립 후보지는 태국 방콕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다. 서 위원은 “방콕은 주변 국가와의 접근성이 좋아 인프라 구축을 위해 다른 국가와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이 잘 마련돼 있다”면서 “자카르타의 경우 주 아세안 대표부 소재지로 아세안 공무원들과 네트워크를 쌓기에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역내 금융 인프라 협력 △상호 교역·투자 활성화 △진출기업 금융 애로 해소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국내 공공기관과 민간 금융기관 간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가교역할에 주력할 계획이다. 서 위원은 “민간 시장의 수요에 따라 국내 금융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인프라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협업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현지 정부는 물론 국제기구와 소통할 컨트롤타워가 현지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사들의 동남아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공공부문과의 유기적인 협업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 일본에 금융 인프라 구축의 주도권을 뺏겨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서 위원은 “일본은 재무성, 공공기관, 민간 금융기관이 ‘팀 재팬’으로 협력해 공공영역에서 인프라를 깔아주고 민간에서 수익을 거두고 있다”면서 “일본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점차 긴밀해지고 있는 아세안 내 경제통합에 대해서도 대비를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아세안 국가들은 최근 아세안은행 통합과 단일 지급결제시스템 도입을 통해 역내 금융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적격 아세안은행’으로 선정된 은행의 경우 현지의 자국 은행과 동일한 영업활동을 보장받게 되는데 내년까지 최소 2개가 인가될 예정이어서 이를 둘러싸고 한국·일본 등 주요 국가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이인호 무역보험공사 사장, 김도진 기업은행장,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 빈대인 부산은행장,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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