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나온 음악플랫폼 ‘플로(FLO)’가 고속 성장하며 오랜 기간 멜론이 독주해온 국내 음원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매년 두 자릿수 대 고속성장을 이어가는 음원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업체들은 출혈경쟁에 가까운 파격적인 가격정책에 빅데이터 기반 추천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으며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22일 음원업계와 코리안클릭 등에 따르면 지난달 월간 실시간 사용자(MAU)는 카카오(035720) 멜론이 417만2,000명으로 확고한 1위를 달리는 가운데 KT 지니뮤직(043610)(219만1,000명)과 플로(154만9,000명)가 뒤따르고 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멜론과 지니뮤직은 비슷하지만 플로의 급성장세가 눈에 띈다. 모회사 SK텔레콤(017670)의 탄탄한 고객 기반을 토대로 한 제휴 마케팅이 성과를 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 멜론이 SK텔레콤을 등에 업고 1위에 올랐듯 그 경로를 플로가 밟고 있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플로가 출시 직후 3개월 무료체험 프로모션을 내놓자 멜론과 지니뮤직 등이 방어하며 연초 사용자가 일제히 늘었다”며 “일시적인 거품이 꺼진 최근 수치를 보면 확실히 플로가 선전했다”고 전했다.
업계의 가격 경쟁은 다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13일 플로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데이터 부가서비스를 출시했는데 10월까지 가입 시 3개월간 월 100원으로 사실상 무료나 다름없다. 이에 질세라 멜론은 기존 고객에게 이모티콘과 공연 초청 등 서비스를 강화했다. 지니뮤직은 저이용 고객을 위한 5·10곡 다운로드 요금 상품, 기본료 100원에 곡당 15원을 부과하는 종량형 요금 상품 등으로 틈새시장까지 공략 중이다.
특히 AI스피커의 출현은 음악 소비 방식을 바꿔놓으며 음원 업체들의 추천서비스 경쟁도 부추긴다. 기존에는 인기곡 목록을 보며 노래를 찾았다면, 이제는 “지니야, 신나는 음악 들려줘” 같은 명령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업체별로 선곡 최적화를 위해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총동원한다. 5G망을 활용해 초고용량의 음원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인프라 차별화도 최근 추세다.
음원 업계가 이처럼 가입 기반 확대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시장이 급성장하기 때문이다. 2016년 세계 음악산업이 3.4% 성장할 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산업은 65.3% 커졌으며 2021년까지 연평균 20.7%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최신호 음악산업백서(2017년)를 봐도 국내 온라인음악 유통산업은 연평균(2014~2016년) 성장률 10.7%를 기록했다. 특히 디지털 기기가 다양해지고 오디오북이나 팟캐스트 같은 콘텐츠 저변이 넓어지는 점도 음원 이용을 높일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시장의 매력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외국 업체들의 국내 진출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올초 세계적으로 2억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스포티파이의 국내 진출설이 돌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스트리밍 업체뿐 아니라 애플이나 아마존 같은 플랫폼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음원 서비스를 확장할 경우 국내 업계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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