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전기버스 보조금 지급 기준을 일부 수정해 최근 업계에 회람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지난해 12월 도입한 ‘전기버스용 배터리 표준’을 충족하는 배터리를 선별하고 이를 탑재한 전기버스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표준은 장시간 운행되는 버스의 특성을 고려해 탑재된 배터리가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 출력을 담보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도입됐다. 개정안은 이르면 다음달 공표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개정안이 마련되면 국산 전기버스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한국 전기버스 업체와 달리 중국은 자국에서 만든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주로 탑재하는데 인산철 배터리는 가격이 저렴하지만 출력과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는 그간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저가 버스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호소해왔다. 중국 업체가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한 전기버스는 63대로 같은 기간 국내 최대 전기버스 판매업체인 현대자동차(56대)를 앞질렀다.
중국이 한국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던 배경에는 저렴한 가격이 자리하고 있다. 국산 대형 전기버스는 대당 4억원을 웃돌지만 중국은 이보다 1억원 이상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내놓고 있다. 정부 보조금 정책도 한몫을 한다. 환경부는 대형버스 기준으로 최대 1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지원 시 생산지를 가리지 않는다. 보조금을 반영하면 중국 전기버스 가격은 2억원 안팎으로 떨어진다.
이 때문에 업계를 중심으로 보조금 선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국산 배터리 탑재 차량이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목록에서 매번 빠지는 상황이라 비판의 목소리는 특히 컸다. 중국은 지난 2016년부터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해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주지 않고 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중국에서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하는데 우리 국민들이 어렵게 낸 세금으로 중국 전기차 산업을 육성해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상호주의에 입각해 중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보조금 기준을 개정하면 국내 업체들의 불만은 한층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도 고품질 배터리를 확대 보급하는 추세라 중국산 전기버스를 언제까지나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국내 업체들이 기술과 가격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기까지 시간을 벌어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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