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 중 하나가 ‘행오프’다. 모터사이클에 매달려 무릎을, 심지어 어깨로 지면을 스치며 코너링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상상만 해왔던 그 기술을 배울 기회를 얻었다. 강사는 프로선수는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은 실력을 자랑하는 어느 고수이자 바이크계의 ‘핵인싸’다. 혼다의 CBR125를 연습용으로 살짝 개조한 바이크가 준비되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헬멧·재킷·장갑·라이딩진·부츠 같은 보호장비만 갖춰 오면 된다. 그렇게 동호회에서 사람을 모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 게 벌써 8년째다. 왜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자선사업’을 하느냐는 질문에 고수는 “같이 하면 재미있으니까”라는 대답을 들려줬다. “국내 바이크계는 제대로 배워가며 즐기는 문화가 유독 없어서”라는 부연 설명도 덧붙였다. 훌륭한 취지가 아닐 수 없다.
교육 프로그램은 원 돌기, 제동, 8자 돌기, 슬라럼(좌우로 장애물을 피하는 기술) 등이다. 기자는 첫 번째 교육은 평소의 라이딩 복장대로, 두 번째는 아예 새로 산 슈트를 차려입고 뛰어들었다. 듣던 대로 슈트는 전투력을 강화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두꺼운 가죽으로 온몸을 감싼 상태로 좀 더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수, 그리고 이날 교육장을 방문한 모 프로선수의 채찍질에 따라 일정한 속도로 원을 그리며 행오프를 연습했다. 엉덩이를 시트에 반 이하로 걸친 채 상체와 무릎을 최대한 바닥으로 빼내는 게 핵심이다.
관련기사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다. 분명 상체와 무릎을 한계치까지 내민 것 같지만 남들 눈에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 곧 넘어질 것만 같은 공포가 몰려온다. 그런데 실제로 넘어지고 나면 오히려 정신적 압박감은 줄어든다. 저속에서 슈트를 입은 채 넘어져 봐야 약간의 타박상뿐이다. 넘어져도 아무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에는 일종의 해방감까지 몰려온다. 네 번이나 해방감을 느낄 필요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행오프로 무릎을 지면에 닿은 채 원을 그리는 데 성공했다. 평소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시계방향 원 돌기와 행오프까지도 어설프게나마 성공했다. 슈트의 양쪽 니슬라이더(무릎보호대)에는 자기극복·인간승리의 흔적이 남았다.
행오프는 흙·자갈이 어디 깔려 있을지 모를 공도에서 쓸 기술은 아니다. 공터나 서킷이 아닌 곳에서 행오프를 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한계를 살짝이나마 넘어서 봤다는 성취감은 상당히 오래갈 듯하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