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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바이크]<88>평범한 라이더, 모터사이클 행오프를 배우다

두유바이크를 계속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실력을 키우기 위해 대림모터스쿨, 파주 서킷 등을 <<<나름 부지런히>>>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이번에는 아시는 분들은 다 아는 모 동호회의 모 전설 님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어쩌다가 제가 쌩초보 시절부터 안면을 익혔던 모 전설 님은 따지고 보면 친하다고 볼 수는 없으나(!!) 워낙 친화력이 엄청나셔서 왠지 편하게 느껴지는 분입니다.

두둥




이 분이 오래 전부터 바이크 교습을 해 오셨다는 건 많이들 알고 계실 겁니다. 궁금해서 이번에 물어봤더니 대강 2012년부터라고 하시더군요. 한 달에 한번, 1회에 3명씩만 참가했다 쳐도 지금쯤 엄청난 수의 ‘졸업생’이 있겠죠. 연습용으로 개조한 CBR125를 직접 가져오시고, 수리비·유지관리비까지 부담해가며 교습을 계속 하고 계십니다. 한때 뭔가 흑막이 있는 것은 아닐까 다소 의심을 품기도 했지만(종교 전도 등등) 제가 두 번 가보고 괜한 의심인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의심의 눈초리


왜 ‘자선사업’을 하느냐고 직접 물어봤더니 “같이 하면 재미있으니까”라고 하더군요. 처음 바이크 타던 때 같은 열정은 사라졌는데, 지금 한창 바이크에 빠져 있는 분들과 만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는 거죠. 게다가 “국내 바이크계는 제대로 배워가며 즐기는 문화가 유독 없어서”라는 설명도 덧붙이셨습니다. 훌륭한 취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기본 자세부터 꼼꼼히 가르쳐주는 모 전설님


교육 프로그램은 원 돌기, 제동, 8자 돌기, 슬라럼(좌우로 장애물을 피하는 기술) 등입니다. 원 돌기는 머리로는 참 쉬운데 실제로 해보면 참 어렵습니다. 저는 운동을 배울 때도 자세의 뻣뻣함(...)을 많이 지적받는 편인데 바이크 역시 그렇습니다. 이 날도 자세 참 많이 교정받았습니다.

어딜 보고 도는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돌고 있음


슬라럼도 머리로는 참 쉽지 말입니다.


몇몇 분들은 아예 바이크 수트를 입고 오셨는데, 수트파는 ‘행오프’도 교육받았습니다. 모터사이클에 매달려 무릎을, 심지어 어깨로 지면을 스치며 코너링하는 바로 기술 말입니다.

이날 교육이 끝나고 저도 갑자기 수트를 하나 샀습니다. 공도에서 입을 생각은 없지만 사 놓으면 연습할 때 입겠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정말 사람 일 모른다는 게, 10년 전의 저에게 “너는 바이크를 타게 되고 심지어 이런 걸 입을 거란다”라고 얘기한다면 절대 안 믿었을 겁니다.

입으려고 꺼내 바닥에 막 던졌을 뿐인데 왠지 발랄상큼한 포즈를 취한 수트


그리고 두 번째 교육날. 사실 이 날은 참가 신청도 안 했고, 구경이나 하면서 옆에서 제 울프로 원돌기나 연습하려던 계획이었는데요.

교육 전 근엄하게 맥모닝을 기다리는 사람


울프125로 깔짝깔짝 원돌기 연습 중


그런데 모 전설 님께서 “너는 코가 밝으니 썰매를…”이 아니라 “오늘 참가자가 적으니 너는 행오프를 배워보도록 하여라”고 하시더군요. 얼떨결에 일단 시작은 해 봤지만, 제가 행오프를 해낼 수 있을지는 좀 미심쩍었습니다. 원돌기도 잘하진 못하는데 행오프라뇨.





행오프는 엉덩이를 시트에 반 이하로 걸친 채 상체와 무릎을 최대한 바닥으로 빼내는 게 핵심입니다. 머리로는 금방 될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분명 상체와 무릎을 한계치까지 내밀었는데 모 전설 님은 더, 더, 더를 외치십니다. 이날 전설 님이 섭외해 온 모 프로선수 님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채찍을 두 배로 맞으며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인생 최대의 쩍벌을 방금 해낸 것 같은데 수트의 니슬라이더(무릎보호대)는 여전히 땅에 닿지를 않습니다.

그러다가 넘어지기를 네 차례. 지금껏 제꿍은 남부럽지 않게 해봤지만 슬립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실제로 넘어지고 나면 오히려 정신적 압박감이 줄어듭니다. 저속에서 수트를 입은 채 넘어져 봐야 약간의 타박상뿐입니다. 온 몸을 감싸 보호해주는 수트 덕도 큽니다. 넘어져도 아무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에는 일종의 해방감까지 몰려옵니다.



다행히 자세도 점점 좋아집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무릎이 땅에 닿고 니슬라이더를 갈면서 원을 돌게 됐습니다. 평소 오른쪽 유턴, 시계방향 원돌기가 부담스러웠는데 시계방향 행오프도 성공했습니다. 물론 많이 어설프지만 엄청난 성취감을 얻었습니다.

많이 봐주세요 왜냐면 자랑하고 싶으니까


직접 사진까지 찍어주는 모 전설님


간지폭발/사진제공=애독자 모 전설


그래서, 배운 행오프를 어떻게 써먹을 생각이냐구요? 써먹을 생각은 없습니다. 행오프는 흙이나 자갈이 어디 깔려 있을지 모를 공도에서 쓸 기술은 아닙니다. 혹시라도 공도에서 행오프를 연습하고 싶거나 이미 자주 무릎을 갈며 코너링을 즐기고 있다면 제발 고만하시기 바랍니다. 공도는 모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곳이니까요. 저도 공터나 서킷이 아닌 곳에서 행오프를 할 일은 없을 겁니다.

다만 한 가지, 스스로 한계를 살짝이나마 넘어봤다는 성취감은 상당히 오래 갈 것 같습니다. 벌써 몇 주가 지났는데도 왠지 마음 한 구석에서 자신감이 솟아나는 기분입니다. 바이크는 여러모로 즐거운 물건이라고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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