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정부의 배터리 관련 펀드 설립 계획 발표 이후 각 업체에 대한 의견수렴 작업만 있을 뿐 별다른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 업체의 한 관계자는 “펀드 조성 금액 정도만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누가 돈을 넣을지 의문”이라며 “배터리 펀드 규모를 봤을 때 투자를 위해서는 이사회 등을 거쳐야 하는데 기업들이 선뜻 나서려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1월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전기차 배터리 3사와 함께 차세대 배터리 원천기술(IP) 확보 및 차세대 배터리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차세대 배터리 펀드 결성과 공동 연구개발(R&D) 협력 양해각서 체결식’을 가진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이들 3사와 함께 △1,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배터리 펀드 조성 △차세대 배터리 원천기술 공동 확보 △차세대 배터리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유망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 육성 등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정부는 차세대 배터리 펀드 설립 작업을 올 1·4분기에 완료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업체들이 펀드 조성에 소극적인데다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문제 등으로 펀드 조성 작업이 늦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최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특허 분쟁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 측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인력의 이직을 유도하며 핵심 기술 등을 빼냈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소송이 미국 법원에서 진행됨에 따라 법무대리인 등을 통해 특허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법원 판결 전까지는 양측의 분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산업부 측은 관련 작업이 다소 늦춰졌을 뿐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펀드 설립 작업이 진행 중이며 큰 문제가 없다”면서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과거에도 분리막 관련 소송을 했지만 이후 서로 협력을 이어나간 사례 등에 비춰봤을 때 이번 펀드 조성 작업이 이익이 된다면 두 회사가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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