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는 28일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근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부여 결정과 관련,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며 “관계 부처들은 대응을 놓고 조정되지 않은 의견을 말해 국민과 업계에 불안을 드려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총리실 간부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총리는 먼저 “국제질병분류(ICD) 개정안은 즉각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ICD 개정안은 2022년 1월부터 각국에 권고적 효력을 미치지만 각국은 국내 절차를 거쳐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며 “우리의 경우에는 설령 도입을 결정한다고 해도 2026년에나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관계부처들의 침착하고 일관 된 대응을 주문했다. 이 총리는 “조정되지 않은 의견을 말해 국민과 업계에 불안을 드려서는 안된다”며 “우리는 몇 년에 걸쳐 각계가 참여하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건전한 게임이용 문화를 정착시키면서 게임산업을 발전시키는 지혜로운 해결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국무조정실에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와 게임업계, 보건의료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찾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게임산업이 한국의 주요 신산업 중 하나인 만큼 “그 기간 동안 관계부처는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시행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WHO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세계보건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지정하는 안을 포함한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 11차 개정안(ICD-11)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게임중독은 정신·행동·신경발달 장애 영역의 하위 항목으로 분류됐으며 ‘6C51’이라는 질병코드가 부여됐다. 게임중독은 정신·행동·신경발달 장애 영역의 하위 항목으로 분류됐으며 ‘6C51’이라는 질병코드가 부여됐다.
하지만 국내 관련업계는 이에 따른 수출 타격 등으로 국내 게임산업의 경제적 손실이 최대 1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면서 WHO 결정의 국내 도입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또 국내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게임업계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유럽,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한국, 남아공, 브라질 등 전세계 게임산업협회·단체 9곳이 27일 공동성명을 내고 세계보건기구(WHO) 회원국에 게임질병분류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들은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등재에 대해 의학계 및 전문가 간에도 상당한 논쟁이 있다”며 “이번 조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결과가 되거나 의도치 않은 결과가 될 수도 있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전세계 게임업계는 각종 정보 및 도구를 제공해 건전한 게임 이용을 장려하고 있다”며 “안전하고 합리적인 게임 이용은 우리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다른 가치들과 동일하게 절제와 올바른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