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는 27일 WM(웰스매니지먼트)부문에 연금본부와 연금기획부를 신설하고 지주, 은행, 증권, 손해보험 등 각사로 쪼개진 연금기획부를 4사 겸직체제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최재영 KB국민은행 전 연금사업부장이 은행 연금사업본부장 겸 지주 연금본부장을 맡아 그룹 차원의 퇴직연금사업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KB금융 관계자는 “초창기 퇴직연금 시장의 영업 대상은 기업이었지만 성숙기에 접어든 지금은 개인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며 “은행, 증권, 보험의 핵심역량을 끌어모아 고객 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사업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조직을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각 계열사 연금 조직도 재편했다. 그룹 내 연금사업 비중이 가장 큰 KB국민은행은 기존의 연금사업부를 연금사업본부로 격상하고, 연금사업본부 산하에 제도와 서비스를 기획하고 연금고객을 관리하는 연금기획부와 마케팅·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는 연금사업부를 설치했다. 또 KB증권과 KB손해보험에도 연금기획부를 신설했다.
지주와 계열사의 핵심역량을 모아 시너지를 내는 ‘원펌 전략’에 따라 특화 상품 개발도 추진한다. 그룹의 투자은행(IB) 부문에서도 인프라펀드, 구조화펀드 등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퇴직연금 고객들이 편리하게 노후자금을 운용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디지털 서비스도 개선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케이봇 쌤을 통해 운용 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룹 통합 퇴직연금 플랫폼을 구축해 각 계열사 퇴직연금 고객이 간편하게 전 계열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또 시장 변화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진단하고 리밸런싱할 수 있도록 일대일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퇴직연금 자산관리 컨설팅센터’의 운영인력을 늘리고 각 영업점에 공적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3종 연금제도를 종합 관리할 수 있는 연금 전문가를 배치하기로 했다. 연금 전문가들은 금융상품과 연금 상담은 물론 그룹 차원에서 제공하는 건강, 복지, 요양 등 다양한 비금융서비스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KB금융이 이처럼 연금 사업 대수술에 나선 것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말 기준 19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매년 10%대 성장세가 이어질 정도로 성장성이 높은 시장이다. 여기에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기금형 퇴직연금이 도입될 경우 노사가 별도 기금을 설립하고 외부 운용사를 선정하게 되는데, 이때 운용사를 선정하는 주요 평가지표가 기존 퇴직연금 수익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금융지주사들의 퇴직연금 사업 개편이 제도 변화에 앞서 선제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조치로 풀이되는 이유다.
앞서 신한금융그룹도 은행, 보험, 증권 등을 아우르는 연금 매트릭스 조직을 갖추고 그룹 차원에서 퇴직연금 경쟁력 강화를 추진 중이다. 특히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퇴직연금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수수료 인하를 지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퇴직연금의 연간 수익률이 1.01%에 그치는 등 고객 불만이 많은데 높은 수수료율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퇴직연금 관련 조직 정비를 마쳤다. 하나금융은 올 초 하나은행 웰리빙그룹 내에 연금사업부와 은퇴설계센터로 구성된 연금사업본부를 신설했고 우리은행 역시 연금신탁사업단을 연금신탁그룹으로 격상하는 등 퇴직연금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금융그룹들 사이에선 신한과 KB의 선두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3월말 기준 신한금융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2조1,000억원으로 KB금융(21조7,000억원)이 바짝 추격 중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 방향은 양적성장 뿐만 아니라 질적성장을 통해 고객으로부터 인정받는 ‘연금 대표 금융그룹’이 되고자 하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며 “앞으로 고령화와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라 고객들의 연금에 대한 니즈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그룹의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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