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회사에 다닐 때 회식 자리에서 술을 한 잔 했는데 아파트 현관 비밀번호를 잊어버려서 난감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가족이 문을 열어줘 겨우 집에 들어올 수 있었죠. 그때부터 얼굴 인식 보안에 대해 생각했고 창업에 이르게 됐습니다.”
이우균(49·사진) CVT 대표는 29일 서울 강남 삼성동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전 세계 바이오인식 보안 시장이 40조원인데, 그 중 얼굴 인식은 약 9조원을 차지하고 있다”며 “현재는 일부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만 사용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 뛰어난 보안성과 정확성을 인정받아 시장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7월 설립된 CVT는 사무실 등에 사용되는 얼굴인식 리더기와 시스템 등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최대 규모 보안 전시회 ‘ISC 웨스트 2019’에 처음으로 참가, 해외 업체 10여곳과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중동과 남미 쪽은 얼굴 인식이 지문 인식보다 더 고도의 보안 제품이라고 생각해 선호도가 높았다”며 “이미 한 해외 대기업으로부터 샘플 오더를 받았으며, 다른 곳들과도 계약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CVT는 이 대표가 세 번째로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에스원과 픽셀플러스 등에서 보안 시스템 개발과 바이오 인식 영상처리 CPU 개발 등을 담당하던 이 대표는 얼굴 인식 보안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픽셀플러스에 다니던 지난 2006년 첫 번째 창업에 나섰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은 얼굴 인식이란 개념 자체를 낯설게 여겼고, 이어진 두 번째 창업도 접어야만 했다. 이 대표는 “2006년에는 얼굴 인식 산업이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여서 시장이 열리지 않았었고 결국 두 번의 창업은 잘 되지 않았다”면서도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지문 인식이 얼굴 인식으로 대체되는 시기인 만큼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얼굴 인식 보안의 편리성과 보안성, 기록성을 강조했다. 얼굴 인식은 홍채인식이나 지문인식에 비해 빠르고 비접촉식이어서 편리한 데다 보안카드 등과 달리 소지·분실의 우려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위조나 대체가 불가능한 데다 얼굴 인식 자체가 로그 기록으로 남아 조회가 쉬운 것도 매력적이다.
이 대표는 “지문의 경우 실리콘 등으로 위조할 수 있지만 얼굴은 위조하기 어렵기 때문에 애플도 지문인식보다 얼굴인식의 보안력이 30배 이상 뛰어나다고 보고 있다”며 “모든 사람이 손가락을 접촉해야 해 질병이 전염될 수 있는 지문 인식과 달리 얼굴 인식은 훨씬 위생적이고 편리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밖에도 지문 인식은 습하거나 건조할 때 인식률이 떨어지는 데다 육체 노동 등으로 지문 자체가 없는 이들이 전 세계 인구의 15%에 달하는 만큼 얼굴 인식의 효용성과 정확성이 훨씬 높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얼굴 인식 보안을 사무실이나 공공기관의 근태관리용으로만 사용하는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ATM과 키오스크 등 다양한 곳에서 활발하게 적용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내의 경우 고객이 ATM기에 가서 카드를 넣고 직접 비밀번호를 눌러야 하지만 해외에서는 얼굴 인식이 카드와 비밀번호를 대체하고 있다”며 “중국의 경우 패스트푸드점에 설치된 키오스크에 얼굴인식을 적용해 결제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CVT의 얼굴인식 시스템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CVT는 △얼굴 인식을 위한 광각 영상 처리 장치 및 방법 △광각 카메라를 이용한 얼굴 인식 시스템 및 로그를 이용한 얼굴 인식 방법 등의 특허를 받았는데 이를 이용해 여러 명을 동시에 인식하는 것은 물론 키가 큰 성인 외에 어린이나 장애인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타사보다 3배나 빠르게 인증이 가능해 리더기 앞에서 걸음을 멈출 필요 없어 자연스럽게 리더기 앞으로 걸어가면 되는 것도 장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IBK 기업은행 창공 구로 1기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보육공간과 멘토링, 투자금을 받으면서 안정화를 달성했다”며 “올해부터는 해외 마케팅과 해외 법인 설립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2020년까지 1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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