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승인이 불발된 가운데 카카오뱅크가 자영업자 대출에 도전하는 등 시장 선점에 더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이 재인가에 착수했지만 내년까지는 경쟁할 ‘적수’가 없는 상황을 활용해 시중은행과 본격 경쟁할 준비에 나선 것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이날 개인사업자대출 상품을 선보이며 자영업 대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번에 출시한 ‘개인사업자 사잇돌대출’은 소규모 자영업자나 개인사업자등록증이 있는 프리랜서가 대상이다. 대출 한도는 2,000만원, 최저금리는 3.48%이다. 차주가 카카오뱅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기본 사항을 입력한 후 정보 조회에 동의하면 카카오뱅크가 국세청 등을 통해 필요한 서류들을 전산으로 확인해 대출 가능 금액과 금리를 제시해준다. 카카오뱅크는 기존의 직장인 사잇돌대출과 자영업자 사잇돌대출 등을 통해 누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연내 자체 중금리 대출 상품도 내놓을 방침이다. 카카오뱅크의 직장인 사잇돌대출 누적액은 3,000억원을 돌파해 은행권 전체 공급액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중신용자 데이터를 빠르게 축적해 독자적인 중금리 신용평가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쟁 은행인 케이뱅크가 중금리 대출에 가장 적극적이었지만 대주주 이슈 등이 맞물려 유상증자에 차질을 빚는 등 주춤한 모습이다. 게다가 제3인터넷은행 출범마저 연기되면서 카카오뱅크는 아무런 경쟁자 없이 각종 대출시장을 발굴해가며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사실상 카카오뱅크에 무주공산이라고 할 정도로 최소 1년의 호기가 주어진 셈이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이달 초 신규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를 0.3%포인트 이상 인하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이날 기준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금리는 연 최저 2.87%로 금융권 최저 수준이다. 해외송금 시장 역시 발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해외송금 누적 건수는 지난 4월 말 이미 50만건을 넘어 전체 해외송금 시장의 8%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대출이나 송금시장 확대를 위해 최근 들어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당분간은 경쟁사들이 없어 이 같은 전략은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카오의 라이벌인 네이버가 일본·대만·인도네시아 등 해외 중심으로 인터넷은행(라인뱅크)을 강화하면서 국내에서는 카카오뱅크 천하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 첫 흑자전환에 성공한 카카오뱅크가 중금리 대출 등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런 추세라면 빠르면 내년 하반기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실무작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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