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합의되더라도 종전(終戰)이 아닌 정전(停戰)에 그칠 것입니다. 기회요인과 위협요인을 잘 따져서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중국 경제 전문가인 전병서(사진) 중국금융연구소장은 30일 본지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분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들고 나온 단기적 사건이 아니라 긴 전쟁의 시작”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전 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2차 중소기업 국제통상포럼’에서도 이 같은 내용의 ‘최근 미중 분쟁에 따른 중국 경제상황과 한국 중소기업의 대응’ 주제 발표를 했다.
전 소장이 미중 무역분쟁을 ‘장기전’으로 내다보는 가장 큰 이유는 보조금 이슈가 남아 있어서다. 전 소장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통상 분야 문제 제기는 지나친 무역흑자, 기술과 지식재산권 침해, 보조금 등 세 가지”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무역흑자 문제는 이미 합의가 됐고 기술보호는 이번에 합의가 나올 수 있는 이슈인데 보조금은 미국이 트럼프 임기 이후에도 물고 늘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는 자국 산업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금지한다. 특히 무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엄격히 금지돼 있지만 각국은 중국이 ‘은폐된 보조금’을 지급해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 소장은 “무역수지와 기술보호와는 달리 보조금 문제는 쉽게 논의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소장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라 한국 기업에는 기회요인과 위협요인이 함께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 한국의 대중(對中) 중간재 수출이 줄어드는 것과 중국이 미중 무역분쟁을 계기로 4차 산업혁명 분야 기술 개발에 더욱 분발하고 있는 점 등은 위협요인이다. 중국이 한국을 화풀이나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위기를 키운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기회요인도 많다. 전 소장은 “우선 중국이 미국에 보복관세를 매겨 미국의 대중 수출도 줄었는데 이 빈자리가 한국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기회요인은 중국의 내수시장이다. 중국이 이번 미국과의 무역분쟁을 계기로 수출보다는 내수를 키워 앞으로의 경제를 이끌어가겠다는 생각을 더욱 분명히 했다는 게 전 소장의 분석이다. 전 소장은 “중국은 전략적으로 내수시장을 키울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대중 소비재 수출 또는 현지 소비재 생산 강화 등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 전 소장은 중국의 1인당 소득 1만달러 시대를 연 데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1만달러 시대에 맞는 소비제품으로 수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중국의 소비시장 플랫폼을 공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 소장은 정치적인 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어공(어쩌다 공무원)’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늘공(직업 공무원)’에 비유했다. 임기가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투’에서는 이길지 몰라도 절대권력 체제를 구축한 시 주석이 ‘전쟁’에서 이길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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