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공장 덕분에 2년 만에 매출이 30억원 넘게 늘었습니다. 매출 증가로 인건비 부담이 줄면서 직원도 30명 이상 새로 고용했어요. 앞으로도 사업이 잘 돼 공장을 증설한다면 고용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지난 29일 서울경제가 찾은 전라북도 익산에 자리한 동성사는 쏟아지는 발주에 대응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지난 1978년 설립된 동성사는 농기계 트랙터용 캐빈(운전석) 생산업체로, 총 120여 종의 다양한 캐빈을 생산한다. 하지만 오랜 업력에도 불구하고 몇 해 전부터 탄소배출권 규제와 일본 업체와의 품질 경쟁 등으로 위기에 처해 있었다.
한 때 100억원에 달했던 매출이 70억원 대로 떨어졌고 직원 이탈까지 늘면서 품질 경쟁력이 떨어졌다. 개선 방안을 고심하던 정철영(62) 동성사 대표는 우연히 정부의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사업을 접했고, 2016년과 2018년 각각 ‘ICT 융합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사업’과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을 신청해 생산관리시스템(MES)과 용접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정 대표는 “스마트공장을 도입하기 전에는 자재 관리가 미흡해 재고를 파악하는 게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직원이 엑셀을 통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관리하고 이를 다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오류도 많았다”며 “특히 용접 시 소음과 연기, 미세먼지가 심하게 발생하는 등 작업 환경이 좋지 않았고 이로 인해 직원들의 이직이 잦아져 품질까지 떨어지는 문제로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동성사의 이 같은 문제점은 스마트공장 도입을 통해 개선됐다. 용접작업을 담당하는 로봇을 도입하면서 생산성이 35% 증가했고 불량률도 58%나 줄었다. 특히 키팅(Kitting) 시스템과 MES를 적용하면서 물류 동선은 52%, 재고 정확도는 48%나 향상됐다. 키팅 시스템이란 해당 생산 라인이 그날 사용할 부품이나 자재를 카트에 담아 배치하는 것이다. 동성사가 생산에 사용하는 부품은 1,100개에 달하는데 이전에는 작업자가 직접 창고에 가서 1,100개 중 필요한 부품을 일일이 찾아서 가져오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하지만 여기에 MES가 적용되면서 업무 프로세스가 효율적으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이렇듯 ‘혁신의 옷을 입는’ 과정에는 스마트공장 구축 멘토로 참여한 삼성전자가 있었다.
정 대표는 “40년 가까이 고장 난 기계를 바꾸거나 페인트 색깔을 바꾸는 것 외에 시스템 자체를 바꿀 기회는 없었다”며 “4차 산업혁명이라는 커다란 변화가 도래하고 구인난은 심각해지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똑똑해지는 스마트공장이 답’이라는 결론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변화는 성과로 이어졌다. 그간 동성사의 고객사는 동양물산 한 곳이었으나, 스마트공장 도입 이후 LS엠트론·DY는 물론 일본 화학회사인 아사히 카세이까지 납품하며 해외 판로를 확보하게 됐다. 정 대표는 “아사히 카세이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까다로운 품질·기술 등 자체 검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동성사가 이를 통과하면서) 아주 만족스러워했다”며 “과거의 경우 다른 해외 업체가 동성사 공장 투어를 한 뒤 심사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떨어트린 적이 있는데 다시 이들이 찾아온다면 이번에는 절대 떨어지지 않을 거라 자신한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스마트공장을 통해 고객들이 이 공장은 ‘믿을 수 있다’는 신뢰를 하게 된 덕분”이라며 “특히 모든 제품을 균일하게 만들 수 있으며, 약속한 날짜까지 정확하게 만들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판로 확대 덕분에 2015년 7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던 동성사의 매출액은 지난해 103억원으로 증가했으며, 2016년 55명에 달했던 직원 수는 지난해 86명으로 늘었다.
정 대표는 공장 투어 내내 ‘혁신’이라는 단어를 재차 반복했다. 유럽과 일본 등에 있는 캐빈 제조업체만큼의 스마트화를 일궈내 품질은 물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겠다는 설명이다. 공장 한 켠에 걸려있는 ‘제조현장 혁신활동 전원 참여로 확 바꿔보자’는 현수막은 스마트공장을 통해 혁신을 일궈내겠다는 그의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독일과 일본의 동종업체를 따라가려면 그들보다 2.5배 빠른 속도로 가야 한다”며 “동성사뿐만이 아니라 협력업체도 스마트화하는 ‘패밀리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단가를 낮추고 품질을 개선해 해외 업체와도 경쟁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산=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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