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존중’이라는 주장은 중국이 미국에 대해서만 사용하는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 무역전쟁 과정에서 중국은 미국의 공세가 있을 때마다 이 말을 습관처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한국도 중국에 대해 본격적으로 상호존중과 상호주의 원칙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국이 지난 2년여 동안 강요하고 있는 사드보복에 대해서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5월 31일 오후 베이징에서 특파원단과 만나 중국에 대해서 공정한 행동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드보복으로 우리나라 문화와 한류, 관광 등이 일방적으로 당했지만 이제는 할 말은 하겠다는 이유에서다.
박 장관은 전날 뤄슈강 중국 문화여유부 부장(문화관광부 장관)과 만났다. 두 사람은 양국 간에 현안인 문화관광 분야에 대한 교류 정상화를 논의했다. 박 장관은 중국측에 ‘2022년 문화교류 및 관광교류의 해’ 추진과 양국 대중가수들의 합동공연 등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다만 방식이 바뀌었다. 그동안 중국의 이른바 한한령 해소에 대해 한국측이 사실상 부탁하는 저자세였다면 이제는 보다 대등한 입장에서 상호존중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른바 관계의 정상화다. 박 장관은 “뤄 부장에게 ‘한국에는 중국중앙방송(CCTV) 등에서 채널이 자유롭게 열리고 있다. 서로 시청하고 관람하는 것이 문화교류와 문화발전에 도움이 될 것’을 말했다”고 전했다.
즉 중국방송은 한국에서 자유롭게 시청이 가능한데 한국방송은 중국에서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방송 프로그램도 불가한데 방송채널의 개통은 말할 것도 없다. 이는 분명히 불공정한 규제행위다.
다른 사례로 인터넷도 마찬가지인데 올 들어 포털 ‘다음’이 중국에서 제한됐다. 네이버의 블로그는 이미 막혀있었다. 반면 중국의 사이트들은 아무런 제한 없이 한국에서 운영이 가능하다. 이것도 역시 잘못됐다. 그동안 이런 모순들은 한국내에서도 많이 제기됐지만 더 큰 보복을 부를 수 있다는 점과 또 그래도 한국은 공정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했다. 중국의 터무니없는 사드보복이 지난 2년여 동안 계속된 이유다.
미중 무역전쟁이 상호 보복전으로 흐르는 가운데 한국도 보복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중국에 한국의 필요성이 높아진 듯하다”고 말했다. 한국과의 관계경색이 이제 중국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박 장관의 이야기를 뒤집어서 보면 중국에서 한국의 방송이나 인터넷을 제한할 경우 중국 CCTV도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확대될 수 있다.
박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또 “(뤄 부장에게)중국의 온라인 여행사에서 한국관광 상품 광고가 어렵다. 우리나라 온라인 광고에 (중국은) 자유롭게 광고되는 것을 고려해 중국도 해 달라고 협조 요청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적극 노력하자”고 응답했다고 한다.
뤄 부장과의 만남에서는 헝가리 유람선의 한국관광객 참사와 관련해 안전문제도 언급됐다. 박 장관은 “여행 안전에 대한 문제를 중국측이 제안을 했는데 저도 한국에 있어서의 여행 안전은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도 나름 잘되고 있지만 앞으로 더 잘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아울러 중국에서의 한국 여행객 안정도 요청했다”고 전했다.
중국측으로서는 문화산업을 완전 개방을 할 경우 자신들의 경제적 적자가 확대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한다. 여전히 문화수준은 한국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관광에서도 사드보복 직전 2016년에 방한 중국인관광객이 방중 한국인관광객의 두배 정도였다.
박 장관은 “문화는 교류를 하면서 발전하는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과거 우리가 일본문화를 개방할 때의 사례를 들었다는 것이다. 당시 일본문화의 개방으로 한국 문화산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적지 않았지만 결과는 오히려 한국문화가 지금처럼 성숙해졌다. 관광의 경우는 중국이 더욱 노력해 해외로부터의 관광객을 유치할 필요가 있다.
다만 문화교류가 공산당 정치체제를 흔들 수 있다는 두려움은 중국측에서 여전하다. 그러나 중국사회가 언제까지 폐쇄적으로 있을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로 보인다.
박 장관은 앞으로도 중국을 자주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4월에 취임한 박 장관은 두 달 만에 1박2일 해외방문에 나섰고 첫 방문지로 중국을 선택했다. 그는 “중국과의 교류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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