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지난주 3.01% 급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62%,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2.41% 내렸다. 다우지수는 6주 연속 하락해 2011년 이후 최장 주간 하락을 기록했다.
지난주 주식시장은 미중 무역협상으로 가뜩이나 투자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멕시코에 갑작스러운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얼어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불법 이민 문제를 이유로 멕시코산 모든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6월10일부터 5%의 관세를 부과하며, 멕시코가 해법을 내놓지 않으면 점진적으로 세율을 올려 10월에는 25%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당장 멕시코에서 상당량의 부품을 수입하거나 완성차를 조립하는 미국 자동차 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피아트 크라이슬러는 5.8%, GM은 4.3%, 포드는 2.3% 각각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상하기 어렵고 공격적인 관세 정책에 중국과의 협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불안도 커졌다. 미중 무역갈등은 1일부터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더욱 심화하고 있다.
◇채권시장
지난주 채권시장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멕시코 관세 인상 위협에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 채권 가격은 수익률(금리)과 반대로 움직인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주 18.9bp(1bp=0.01%포인트) 떨어졌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31일)에는 8.8bp 내린 2.139%로 20개월 이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2년물 국채수익률은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2% 마저 밑돌았다. JP모건은 이날 연준이 올해 말 전까지 25bp씩 2번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국채수익률은 중국과 무역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이 멕시코에도 관세의 칼을 빼 들어 극심한 안전자산 선호가 일면서 급등했다. 미 국채와 함께 안전 피난처 자산으로 인식되는 독일의 10년물 국채수익률도 31일에 3bp 떨어진 -0.20%를 기록했으며 장중에는 사상 최저치도 경신했다.
소시에테 제네럴의 조르즈 가라요 금리 전략가는 “무역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어 글로벌 성장에도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런 전망에 근거해 10년 만기 미 국채수익률이 올해 말 2.10%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환시장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지난 주 0.25% 내렸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멕시코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여파에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특히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31일에는 0.83%나 급락했다.
관세 방망이를 맞은 멕시코 페소화는 같은 날 2.42% 폭락해 최근 5개월 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장중에는 3.5% 내려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큰 하루 하락률을 기록했다. 알레조 크제르온코 UBS 연구원은 “멕시코 페소가 더 하락할 것”이라며 “전면적인 관세 부과 가능성은 20%인데, 이 경우 달러-멕시코 페소 환율은 21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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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난주 외환시장은 리처드 클라리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부의장의 금리 인하 가능성 시사 발언에도 영향을 받았다. 클라리다 부의장은 “세계 경제가 더 나빠지는 등의 시나리오에서 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유시장
지난주 원유가격은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對) 멕시코 관세 부과 방침으로 무역전쟁 공포가 확산하면서 폭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한 주간 8.7% 급락했고 월간으로는 16%나 내렸다.
특히 멕시코는 미국 정유사의 중요한 원유 공급처이면서 동시에 휘발유 등의 수출 지역인 만큼 원유 시장 우려는 한층 더 강했다. PVM은 미국 정유사들이 하루평균 68만 배럴을 수입하는 만큼 5%의 관세 부과 시 매일 200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갈등에 더해 트럼프 미 행정부가 전방위적으로 무역전쟁을 치르면서 원유시장이 더 억눌릴 수 있다고 진단한다. 리터부시 앤드 어소시에이츠의 짐 리터부시 대표는 “큰 폭 늘어난 미국 원유재고 등으로 그렇지 않아도 하락 압력에 시달리는 원유시장에 새로운 관세 관련 소식은 부담을 더욱 키웠다”고 말했다.
◇주간전망(3~7일)
이번 주 뉴욕증시는 미국의 전방위적 관세 폭탄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불안한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에 5%의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데 따라 당장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비준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중국은 물론 유럽 등과의 협상도 더 어렵게 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미중 갈등도 악화일로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했다. 또 중국에 해를 끼치는 기업 ‘블랙리스트’를 작성할 것이라고 밝혔고, 희토류의 대미 수출 제한 가능성도 내비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였다. 여기에 이달부터는 양국이 인상한 관세율이 실제로 적용되기 시작하는 만큼 긴장이 더 팽팽해질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위험자산 투자가 얼어붙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주 2.1% 부근까지 급락해 심리적 저항선인 2%대를 위협하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금리도 지난주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만큼 국채 시장의 변동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오는 4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의 연설이 예정돼 있어 어두운 시장에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파월 의장은 물가 약세는 일시적이라며 금리 인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을 견지했다. 하지만 최근 무역전쟁으로 상황이 급변한 만큼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둘지가 관건이다.
앞서 파월 의장과 마찬가지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던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지난주 물가나 성장 전망이 악화하면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시장의 이미 올해 한차례 이상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치는 중이다. 바클레이즈는 연준이 9월에 금리를 한꺼번에 0.50% 포인트 내릴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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