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23·대방건설)은 US 여자오픈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달 28일 현지에서 생일을 맞았다. 유소연이 케이크를 준비했고 신지애는 저녁밥을 샀다고 한다.
생일축하 인사와 메시지를 받고 행복해했던 이정은은 며칠 뒤 최고 권위 대회 우승이라는 잊지 못할 선물을 받았다. 3일(한국시간) 경기 후 이정은은 “마지막 세 홀을 남기고 극도로 긴장했다. 보기가 2개 나오기는 했지만 스코어는 생각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것만 해놓자고 마음먹었다”며 “루키로서 첫 우승을 US 여자오픈에서 하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다. 2승·3승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우승하면 라면을 먹으려고 했고 톱5에 들면 신발을 사려고 했다. 신발도 사고 라면도 먹을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국내 투어에서 2017시즌에 4승, 2018시즌에 2승을 챙긴 이정은은 이번이 통산 7승째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어려운 코스 컨디션에 마지막 5개 조의 다른 9명이 합계 30오버파를 칠 때 이정은 혼자만 기계 같은 라운드로 1언더파 70타를 적었다”고 칭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정은이 골프볼에 숫자 ‘6’을 크게 적는 것과 팬클럽 이름이 ‘러키6’라는 것 등을 소개하며 “한국에서 온 이정은에게는 승리의 숫자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 선수들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유명 교습가 행크 헤이니(미국)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한국 선수들이 리더보드 상위권에 오를 것이라고 한 나의 예상은 통계와 사실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며 “만일 같은 질문을 다시 받아도 똑같은 내용의 답변을 할 것이다. 다만 좀 더 신중한 단어로 답하겠다”고 적었다. 헤이니는 앞서 한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올해 US 여자오픈은 한국 선수가 우승할 것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 6명의 이름을 대라면 잘 모르겠지만 성(姓)만 얘기해도 된다면 이씨가 있더라”고 말해 인종·성차별적 발언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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