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통’으로 불리는 이대훈(사진) NH농협은행장이 실적으로 현장경영의 효과를 입증했다.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영업력을 대폭 강화하면서 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을 턱밑에서 추격하고 있는 것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올 1·4분기 충당금적립전이익은 6,2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0% 늘었다.
충전이익은 금융회사의 핵심 영업이익인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을 더한 값에 판매비와 관리비를 뺀 금액으로 은행의 순수 영업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순이익과 달리 충전이익은 충당금 적립이나 환입, 건물이나 지분 매각 등 일회성 요인이 포함되지 않아 은행의 수익 창출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특히 농민 조합원 지원자금으로 마련되는 농업지원사업비 749억원을 반영하지 않을 경우 올 1·4분기 농협은행의 충전이익은 7,020억원에 달한다. 이는 하나은행의 충전이익(6,703억원)보다도 앞선 수치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급감하면서 시중은행의 영업환경이 대체로 어려워졌다”면서 “농협은행의 실적 개선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의 영업력 강화는 이 행장의 현장경영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올 초부터 두 달에 걸쳐 전국 영업본부를 순회하며 조기에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이 행장은 과거 지역영업본부장을 연달아 맡으며 실적이 하위권에 머물렀던 경기와 서울을 전국 순위권으로 올려놓을 정도로 현장에 잔뼈가 굵은 영업통이다. 농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행장은 현장에서 애로사항을 적극 청취하는 것은 물론 방문하는 영업점마다 주요 실적을 들여다보며 개선할 수 있는 사안을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행장은 과거 조선·해운업 대출 부실로 주춤했던 기업여신을 확대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대출 건수 등 여신 실적만으로 인사평가를 실시해 우수 직원 수십명을 승진시켰으며 올해 핵심성과지표(KPI)에 기업여신 비중을 높였다. 농협은행의 전년 대비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은 올 1·4분기 기준 6.2%를 기록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으로 1조2,000억여원을 달성한 데 안주하지 않고 국내외 경기에 관계없이 연순익 1조원을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이 행장의 판단이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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