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6·12 공동성명 1주년을 앞두고 내놓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다시 한번 미국을 향해 ‘셈법’을 바꾸라고 촉구했다. ‘하노이 노 딜’ 책임론에 휩싸였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등이 오랜 잠행 끝에 연이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6·12 공동성명 환기에 나섰다는 점에서 북한이 마침내 하노이 실패의 충격에서 벗어나 대화 재개를 위한 전열 재정비를 끝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역사적인 6·12 조미(북미)공동성명 발표 1돌을 맞으며 미국은 마땅히 지난 1년간을 돌이켜보아야 하며 더 늦기 전에 어느 것이 올바른 전략적 선택으로 되는가를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두 나라 수뇌 분들이 직접 서명하신 6·12 공동성명을 귀중히 여기고 앞으로도 그 이행에 충실하려는 우리의 입장과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하노이 핵 담판 무산 이후 줄곧 미국 책임론을 제기했던 입장도 재확인했다. 대변인은 “미국이 우리의 공명정대한 입장에 어떻게 화답해 나오는가에 따라 6·12 공동성명이 살아남는가 아니면 빈 종이 장으로 남아 있는가 하는 문제가 결정될 것”이라며 “우리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 미국은 지금의 셈법을 바꾸고 하루빨리 우리의 요구에 화답해 나오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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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동안 종적을 감춰 근신처분설까지 나돌았던 김여정 제1부부장이 이날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공개된 보도사진에서 김 제1부부장은 행방이 묘연해진 지 52일 만에 등장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대집단체조 예술공연을 관람했다. 심지어 김 제1부부장은 리설주 여사 바로 옆자리에 착석해 그간의 근신설을 무색하게 했다. 배석 위치로만 보면 2인자인 최룡해 당 부위원장과 같은 서열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강제노동설’이 제기됐던 김영철 부위원장도 전날 군 예술공연에 이어 이날 공연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또 미국 CNN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살아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구금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고 중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앞서 국내 일부 언론은 김 특별대표의 총살설을 제기한 바 있다. 서경 펠로(자문단)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강제노역설이나 근신처분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미국 내에서 김정은 정권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면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대한 회의론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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