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민이 후천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후 한국 법무부에 신고하지 않은 ‘불법 복수 국적자’가 지난 2005년 이후 8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인이 해외 이민지로 선호하는 캐나다와 호주 등에서 시민권을 획득한 후 한국에 신고하지 않은 사람을 감안하면 불법 복수 국적자는 1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같은 수치상의 차이는 부실한 외교부의 해외 이주자 현황보다 더욱 심각한 것으로 한국 법무부는 이 같은 사실조차 확인하고 있지 못하는 형편이다.
11일 한국 법무부와 미국 국무부의 한국 국적상실자 현황과 한국에서 귀화한 시민들의 현황을 비교한 결과 2005년 이후 미국에서 시민권을 획득해 귀화한 사람과 한국 법무부에 미국 시민권 획득으로 인한 국적상실을 신고한 사람 사이에 8만2,754명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미국에서 시민권을 획득한 후 한국 법무부에 해외 국적 취득 사실과 이에 따른 국적상실 신고를 해야 함에도 한국 법무부에 이를 신고하지 않아 이 같은 차이가 벌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5년의 경우 미국 국무부는 한국인으로서 미국 시민권을 획득해 귀화한 자로 1만9,223명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법무부는 당시 8,129명만이 미국 시민권 취득에 따른 국적상실 신고를 마쳤다고 공개했다. 물론 2005년에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후 다음 해인 2006년도에 대사관과 영사관 등을 통해 국적상실 신고를 할 수 있지만 이 같은 수치상의 차이는 2005년 이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2006년의 경우 한국 국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사람은 1만7,668명에 달한 가운데 한국 법무부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7,633명에 대해 국적상실 신고를 받았다. 결국 2006년 한 해 동안만도 무려 1만35명의 한국인이 스스로 ‘불법 복수 국적자’의 신분을 유지하게 된 것이다.
2010년 이후 스스로 선택한 ‘불법 복수 국적자’는 감소세를 보이지만 2,200명 이상 선은 유지하고 있다. 2010년의 경우 2,199명 △2011년은 3,104명 △2012년은 3,990명 △2013년은 5,851명 △2014년은 3,426명 △2015년은 4,432명 △2016년은 2,272명 △2017년은 2,996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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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국적법 15조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진해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는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16조는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자는 법무부 장관에게 국적상실 신고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국적법이 해외 국적 취득자의 자진 신고에 의존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를 어길 경우에 대한 벌금 조항도 두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법무부는 후천적 해외 국가 시민권 취득으로 인한 한국 국적상실 신고는 오로지 자진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어 전 세계 국가에 산재한 ‘불법 복수 국적자’의 규모를 파악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자진해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 한국 국적이 자동 상실되지만 외국인 신분으로 생활기반 또한 주로 해외에 있어 법 적용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면서 “국적상실 신고를 1개월 이내에 하지 않게 되면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라 5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적상실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5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가 유일한 강제 수단인 셈이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온라인용 추가>
국적상실 상담 전문인 오형진 행정사는 “해외 국가의 시민권을 획득하면 그때부터는 복수 국적이 아니라 한국 국적이 상실되는 데도 불구하고 한국 여권을 사용하다 적발된 사람들은 국적상실 신고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만약 한국에서 취업을 하면 불법 취업이 되고, 한국 운전면허로 운전을 하면 무면허 운전이 되는 등 문제가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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