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과학이든 응용과학이든 목적은 사람과 자연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저는 세포의 운명을 결정하는 과정과 발달의 중요 신호(developmental cue)가 무엇인지를 규명해 생명현상의 답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6월 수상자인 곽준명(55·사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는 1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환경변화에 따라 세포의 운명이 어떻게 조절되는지를 밝히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포스텍 식물분자유전학 석·박사 출신인 그는 대웅제약 연구원을 거쳐 미국 UC 샌디에이고에서 박사후연구원을 한 뒤 메릴랜드대 칼리지파크 교수를 거쳐 2014년 DGIST에 둥지를 틀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을 통한 장기 안정적인 연구비 지원 약속을 받은데다 새로운 연구주제에 도전하며 한국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인류가 지구의 주인이 되기 오래전부터 식물은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씨를 뿌리며 오랜 시간 진화해왔다”며 “해마다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과정에서 세포의 신호전달 체계를 연구하다 보면 자연의 섭리를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식물이 씨앗이 떨어진 곳의 환경에 적응해 뿌리를 내리고 발아·개화·열매를 맺기까지 호기심을 갖고 분석하며 자연스레 자연에 경외감을 느낀다는 것. 실제 그는 배추·무 등 애기장대 식물의 탈리가 이뤄지는 것을 분석해 일정한 위치에서 정밀하게 분리되는 것이 식물의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최근에는 탈리 지점의 잔존세포가 표피세포로 바뀌는 과정도 규명했다.
곽 교수는 “우리가 자연에서 보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게 많지만 어린이의 눈으로 호기심을 갖고 보면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 단초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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