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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에 치이고 규제·노조 골머리…내우외환 휩싸인 주력산업

[한국 제조업 실태는]

반도체 통상분쟁 격화에 어닝쇼크

화웨이發 충격, 불확실성도 커져

車·조선은 勞 몽니에 혁신 차질

철강, 수요부진·고로 중단 이중고





반도체·자동차·조선·철강 등 국내 주력 산업은 한 마디로 ‘내우외환’의 상황이다.

외부적으로는 글로벌 경기가 식어가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처지다. 내부적으로 기업활동을 옥죄는 각종 규제에다 강성 노조에 발목이 잡혀 미래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단체 고위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과 세계 경제 둔화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우리 주력 산업의 실적이 지난해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주력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할 경우 실물경제의 위기로 전이될 수 있어 기업의 선제적 대응은 물로 정부도 대외 통상환경을 개선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은 올 2·4분기는 물론 하반기에도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4분기 영업이익은 ‘어닝쇼크’ 수준이었던 지난 1·4분기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1·4분기 4조1,200억원에서 2·4분기에 3조5,000억원가량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의 2·4분기 영업이익도 1·4분기보다 30%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화웨이 사태의 충격파가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미중 양국이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줄 세우기를 강요하는 가운데 정부는 수수방관으로 일관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초 반도체 시장은 재고 안정화와 계절적 수요 증가로 하반기 회복이 점쳐졌으나 최근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하반기 회복도 낙관할 수 없다는 비관적 전망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중국 등 해외 시장의 부진에 더해 ‘노조 리스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단 대외적으로는 중국 시장의 침체를 만회하는 일이 급선무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현대자동차의 해외 판매는 총 142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했는데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현대차는 중국 판매 급감의 여파로 베이징 1공장 가동 중단 등 중국 사업 구조조정에 이미 들어갔다. 내부적으로는 본격적인 임금 및 단체협상 시기를 맞아 노조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사는 전날 전면파업 및 부분 직장폐쇄를 풀고 2차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지만 장기 파업의 여파로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내수와 수출 판매가 각각 14.4%, 45.6% 급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올해 임단협에서 정년 연장, 고용 안정, 통상임금 등을 두고 치열한 기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조선 업종은 위기 돌파를 위한 산업 재편 작업이 노조의 반대로 차질을 빚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지만 물적 분할을 두고 노사가 극렬하게 대립한 데 이어 노조의 저지로 현장실사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회복되는 듯했던 전 세계 신조선 발주가 올 들어 크게 줄어들고 있는 점도 걱정거리다. 올 들어 4월까지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총 769만CGT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줄어들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선주들이 선박 발주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철강 산업은 원료가격 상승과 자동차 등 수요 산업 부진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의 1·4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159억원에서 올해 8,325억원으로 감소했다. 수익성 악화에 규제 리스크까지 겹쳐 철강업계는 뒤숭숭하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철강사들이 오염물질을 불법배출하고 있다며 고로 가동중단 행정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업계는 업황이 ‘다운 사이클’에 접어든 가운데 중국·동남아시아 등 해외 업체의 설비 확대에 따른 공급 과잉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수요 감소로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석유화학 제품 수출액은 499억8,4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400억달러를 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용·박효정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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