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자산가의 전유물’로 불리는 한국형 헤지펀드가 순자산 30조원을 넘기며 급성장하고 있다. 점차 위축되고 있는 공모펀드 시장과 격차를 좁히기 어려운 수준으로 벌려 나가고 있는 것이다.
14일 NH투자증권(005940)이 사모펀드 관련 투자정보 제공을 위해 증권사 최초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형 헤지펀드의 순자산(설정액)은 지난달 말 기준 31조7,800억원이다. 지난 2011년 말 2,400억원 규모로 출범한 지 8년이 채 안 돼 130배가량 성장한 것이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주식뿐 아니라 채권·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주식 시장의 오르내림과 무관하게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다. 펀드당 49명 이하만 가입할 수 있고 무엇보다 최소 투자금액이 1억원으로 가입 대상이 제한적이다. 출범 이후 4~5년 동안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다 2017년 순자산이 10조원을 넘어선 뒤 사모펀드의 폭발적인 증가와 더불어 2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몸집이 불었다.
지난달 현재 한국형 헤지펀드 수는 2,688개, 운용사는 172곳이다. 금융당국이 모험자본 육성을 이유로 2015년 전문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 자본금 요건을 기존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올해 초 다시 10억원으로 낮추면서 신생 전문 사모 운용사들이 뛰어들고 있다.
증시 방향성과 무관하게 수익성을 추구하는 만큼 수익률은 코스피 전체보다 낫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증시가 크게 타격을 입은 지난해에는 코스피가 17% 이상 빠진 데 반해 헤지펀드는 0.98%로 준수한 방어 실력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돈이 되는’ 시장인 만큼 운용사뿐 아니라 증권사까지 뛰어들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금융투자사의 점유율을 보면 교보증권(030610)(12.2%), 신한금융투자(11.9%), 타임폴리오(4.4%), DS투자증권(3.2%), 미래에셋대우(006800)(3.1%) 등 순이다. 증권사들은 주식보다는 안정적인 단기 채권상품(레포펀드)을 운용하는 비중이 높다. 헤지펀드 운용에 필요한 신용공여, 증권 대차, 스와프, 투자자 주선, 상품 설계 및 컨설팅 등 다양한 서비스를 증권사가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의 경우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투자은행(IB)의 신규 먹거리로 떠올랐다. 삼성증권이 22%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고 미래에셋대우 21%, NH투자증권 20%, KB증권 18%, 한국투자증권 14% 등 순이다. 다만 절반가량의 헤지펀드만 수익을 내고 있어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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