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중국은 반드시 더욱 개방된 태도로 세계를 품고 더욱 활력 넘치는 성과로 세계에 기여할 것입니다.”
지난달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문명대화대회’ 개막식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기조연설 일부다. 그러던 중국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한국 대표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중국 접속을 차단하는 폭거를 저질렀다. 중국이 말하는 ‘개방된 태도’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당연히 모두가 의문을 품고 있다.
중국이 한국 인터넷을 차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네이버 카페·블로그 등을 막은 데 이어 올 들어 1월에는 포털 다음 사이트를 막아버렸다. 카카오톡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네이버는 지난달 말부터 뉴스 접속이 잘되지 않더니 지난 14일부터는 전체 홈페이지가 차단됐다. 네이버는 중국 교민이나 주재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사이트여서 이들의 불편은 한층 커지게 됐다.
인터넷 차단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중국 정부가 네이버와 다음 등을 차단하면서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단한 이유가 무엇인지, 어떠한 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는지, 기한은 언제까지인지 등에 대해 당국은 묵묵부답이다. 대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항상 법과 규정에 따라 인터넷을 관리하고 있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상호주의 원칙에 대한 철저한 부정이다. 중국판 네이버·카카오톡인 바이두·위챗은 한국에서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반면 한국 인터넷만 중국에서 차단된 것이다. 중국이 자국에서 한국 인터넷을 차단하고 싶으면 중국도 중국 인터넷을 한국에서 걷어가야 하는 게 상식이다. 지난달 말 중국을 방문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이런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박 장관은 중국 측 문화여유부 부장(문화관광부 장관)을 만나 “한국에서 중국 중국중앙방송(CCTV) 등의 채널은 자유롭게 열리고 있다. 서로 시청하고 관람하는 것이 문화 교류와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중국 방송이나 인터넷을 볼 수 있다면 마땅히 중국에서도 한국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상호주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한국의 인터넷을 차단한 데 대해 한국도 보복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다만 단행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 갈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한국인들 사이에서 중국에 대한 분노와 불만은 계속 쌓이고 있다. 중국이 강권을 이용해 약자를 억누른다는 불만이다. 중국은 한국에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자신들 편에 서달라는 요청을 직간접적으로 하고 있다. 이런 식의 행동을 하면서 한국인의 호의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너무나 심각한 오산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중국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를 지키기 위해 해외 인터넷을 차단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거나 그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달 초 무역협상이 결렬된 것도 미국이 중국 내 인터넷 완전 개방을 내세웠기 때문이라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 체제는 이미 70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네이버 차단 등 인터넷 통제가 심해진 것은 불과 얼마 전 일이다. 이는 최근의 폭거가 공산당 체제 자체와는 크게 상관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에서 인터넷이 막혀 있는 국가가 한국만은 아니다. 미국에 대한 통제는 특히 심하다. 구글 검색은 이미 2010년부터 차단돼 있다. 유튜브·G메일·지도 등 다른 구글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다.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 등 주요 소셜미디어도 막혀 있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들도 당연히 중국에서는 볼 수 없다.
미국이 무역전쟁을 발동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인터넷 문제다. 바이두와 위챗은 미국에서 정상적으로 운영되지만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중국에서 운영이 안 된다. 미국이 중국의 인터넷 통제를 대표적인 불공정 제도·관행으로 보고 공세를 취하는 이유다. 중국은 미국의 무역협상안이 중국의 ‘핵심이익’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만약 외국 인터넷의 통제가 중국의 핵심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무역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듯하다.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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