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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미중무역 갈등 속 '홍콩 시위' 어떻게 볼 것인가

임성호 IM캐피탈파트너스 대표




홍콩 정부가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추진을 잠정적으로 보류하기로 물러서면서 대규모 홍콩 시위의 극한 충돌 상황은 면했다. 그러나 홍콩인들이 송환법의 ‘잠정 중단’이 아닌 공식적 철폐를 요구하며 ‘검은 대행진’에 나서면서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인구 740만의 홍콩에서 200만명이 넘게 시위에 동참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14년에도 50만명의 홍콩 시민이 거리로 나선 바 있다. 중국 정부가 약속한 대로 홍콩 행정장관에 대한 직선제(universal suffrage)를 요구했지만 민의는 묵살됐다. 그때 선출된 행정장관 캐리 람이 지금 송환법 제정을 추진하다가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

중국은 홍콩을 돌려받으면서 50년간(1997~2047년) 자치권을 보장하기로 약속했고 홍콩은 미국 등으로부터 ‘자유시장경제 지위’를 인정받았다. 이후 홍콩은 중국 경제성장의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해왔다. 심지어 미중 무역분쟁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지금도 홍콩발 수출 물량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홍콩은 독특한 지위 덕에 중국과 범죄인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 이에 중국은 송환법으로 홍콩에 있는 범죄자나 피의자를 넘겨받고자 했다. 이는 1997년 반환 전부터 홍콩인들이 가지고 있던 근본적인 두려움을 자극했다. 최근 홍콩에서는 중국 공안에 불법적으로 납치돼 중국에 가서 심문을 당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표현의 자유에 큰 제약이 생긴 것이다. 그러던 차에 송환법이 추진되면서 홍콩인들은 이제 중국이 대놓고 홍콩 시민을 체포할 수 있다는 공포에 떨고 있다. 2014년과 달리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을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말이 무역전쟁이지 사실상 패권경쟁이다. 미국은 2014년에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 굳이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내정에 간섭해 관계를 악화시킬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위대를 지지하면서 적극적으로 거드는 모습이다. 중국이 홍콩에 대해 약속한 자치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특별한 지위(자유시장경제 지위)를 철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관문을 닫아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홍콩달러가 미국달러에 연동돼 움직이는 홍콩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전략적 경쟁국이 된 중국을 괴롭힐 만한 좋은 카드가 생겼다고 생각할 수 있다.

홍콩 입법부는 친중파에 장악돼 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시위에 동참하면서 중국의 심사가 복잡해졌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국가의 지지 발언도 달갑지 않다.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송환법 추진을 당분간 접기로 했다. 일단 시간을 벌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들은 송환법 통과 여부보다 미국의 대응책을 눈여겨보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만약 홍콩이 시장경제 지위를 잃게 된다면 큰 혼란이 지속될 수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이 현명하게 마무리한다면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 신호는 이미 크게 위축된 투자 심리가 재빠르게 회복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현상에만 몰입하지 말고 이면의 흐름을 이해해 기회를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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