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탈원전 2년’. 경남 창원에서 원전 소재를 생산하는 금천공업 대표와 직원들의 속은 숯덩이가 된 지 오래다. 문재인 대통령이 꼭 2년 전인 2017년 6월19일 탈원전 에너지 정책을 선언했지만 현실은 딴판으로 돌아가고 있어서다. ★관련기사 3면
금천공업은 이달부터 국내 납품 물량이 완전히 끊겼다. 마지막 원전인 신고리 5·6호기 납품이 끝났기 때문이다. 1992년부터 한국형 원전생태계 구축에 일조했던 중소기업이 졸지에 ‘납품도 못하는’ 무능한 회사가 된 것이다. 15명이었던 직원은 2년간 4명으로 줄었고 연 15억원 수준이었던 매출도 5억원대로 주저앉았다. 황철주 대표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재개되더라도 준비기간 2~3년은 힘들게 버텨야 하는데 자신이 없다”며 “탈원전정책이 궤도수정을 하지 않는다면 재기 가능성은 없다. 업종을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원전 모세혈관이 말라가고 있는 처절한 현실이다.
문 대통령은 2년 전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을 천명했다.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백지화했고 원전의 설계수명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인적자원 붕괴가 이어졌다. 연간 100명 미만이었던 원전 공기업의 자발적 퇴직자 수는 탈원전 선언 이후 120~140명대까지 뛰었고 매년 20여명에 달했던 KAIST 원자력학과 전공자는 지난해 4명으로 급감했다. 세계 최고의 한국형 원전 기술이 ‘후계 양성’ 실패로 사장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연간 수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냈던 한전과 발전 자회사들은 과속된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적자 수렁에서 허덕이고 있다. 미래가 없는 한국 원전산업에 실망한 우수 인력들은 해외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고 이 과정에서 핵심기술 유출 사태까지 터졌다.
탈원전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값싼 원전을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하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과속으로 공기업들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전기요금 인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정부와 환경단체는 탈원전 시기를 모든 원전의 가동이 멈추는 2080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너무 좁게 해석하고 있다”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업계에서는 원전 건설 중단을 선언한 2년 전에 이미 탈원전이 시작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종=강광우·김우보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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