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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찌개 완성전 두부 배달..."매장이 곧 냉장고"

■롯데 '30분 배송' 신유통실험

물류 센터 건립 난항 보이자

'매장을 물류창고化' 로 선회

'쿠팡·마켓컬리보다 빠르게'

최단 배송으로 패권 도전

통합 롯데온과 시너지 기대

이커머스 판도 급변 예고





#중국 상하이, 선전에서도 알리바바의 신선식품 매장인 ‘허마센셩(盒馬鮮生)’이 들어간 지역은 부동산 가격이 들썩거린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는 정체 내지 내림세다. 이 와중에도 허마센셩으로부터 반경 3㎞ 이내를 일컫는 허취팡은 중국에서 ‘핫한 부동산 구역’으로 통한다. 반경 3㎞ 내, 30분 배송을 약속하는 ‘파란하마’로 불리는 허마센셩은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유통시장에서도 새로운 유통혁명으로 꼽힌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도 허마센셩을 유통, 소비, 물류를 결합한 알리바바 신(新)유통 실험의 결정체로 정의했다. 롯데가 구상하는 한국판 허마센셩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한 국내 유통업계의 새로운 실험이다. 배송시간을 분 단위로 줄이면서 물류센터를 따로 만들지 않고 기존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한 ‘냉장고’를 만든다는 개념이다.

◇“배송패권 잡아라”…온라인 후발주자 롯데마트의 ‘30분 배송카드’=‘새벽배송, 익일배송’이 유통판의 배송 패러다임이 된 상황에서 롯데마트는 국내 최초로 일부 신선식품에 한해 30분을 제시했다. 온라인 쇼핑의 후발주자로서 이커머스 판도를 단숨에 흔들어 버리겠다는 복안이다. 사실 e커머스와 배송에 치여 롯데마트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0% 이상 급감한 상황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된장국을 끊이다가 두부가 없으면 앱을 통해 배송을 신청하면 국이 완성되기 전에 두부를 배송받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에서 ‘30분 배송’까지 나온 것은 그만큼 배송전쟁의 치열함과 절박함을 보여준다. ‘배송패권’을 잡는 자가 유통바닥의 승자가 된다는 유통 게임의 법칙 때문이다. 한국판 허마센셩은 배송 시간을 시간 단위에서 이제는 분 단위로 줄여 단지 배송개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장을 창구인 동시에 가정의 냉장고마저 대체한다는 개념이다.

롯데마트는 ‘30분 배송’으로 내년 3월 출범하는 7개 쇼핑계열사 통합 쇼핑몰인 ‘롯데온’과의 시너지도 높인다는 포석이다. 롯데쇼핑의 통합 앱인 롯데온을 필두로 한 e커머스 전략의 축 가운데 하나가 3시간 내 배송이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매장 리뉴얼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서울·경기지역은 그룹 온라인 물류가 통합되는 2023년부터 주문 후 3시간 내에 물건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3시간 배송과 더불어 신선식품에 한해서는 이보다 앞서 빠르면 30분 배송을 시행함으로써 배송시장에서도 유통 패권을 쥔다는 복안이다.



◇물류센터 짓는 대신 오프라인 매장을 배송 거점지로 활용=배송전쟁에서 가장 큰 무기는 물류센터다. 유동인구가 많고 교통이 편한 지역에 얼마나 경쟁력 있는 물류센터가 있는지가 곧 배송의 힘이다. 유통업체들이 현재는 수도권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건립해 배송 강자가 된다는 전략이지만 현재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발로 대규모 물류센터 전략은 표류 중이다. 신세계그룹은 경기 하남시 미사지구에 온라인센터 설립을 추진했지만 지역 주민의 반대로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도덕경의 ‘대상무형(大象無形)’을 인용해 “우리가 맞이할 유통의 미래변화는 그 형태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무한하다”고 강조해 왔다. 미래 유통의 모습은 ‘온라인+오프라인+물류’의 삼위일체로서, 어느 하나만으로는 미래의 유통에 대응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롯데마트가 구현하는 한국판 허마센셩은 고급화된 점포와 배송을 함께 수행하는 일종의 유통 혁신이다. 롯데마트는 시간을 들여 물류센터를 별도로 건립하는 대신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일종의 물류센터로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 매장의 인력과 공간 효율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실제 허마센셩은 물류센터를 따로 짓지 않고 점포에서 바로 배송까지 담당하는 점포 사례로 꼽힌다. 허마센셩은 점포에서 랍스터 등 고급 음식을 직접 사서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코너와 동시에 한 켠에서는 고객 주문을 트레일러를 통해 배송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롯데마트 고위관계자는 “물류센터를 따로 건설하는 것은 시간은 물론 지자체와 주민 동의를 얻는데 난항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물류센터보다는 기존 오프라인 점포 공간을 효율화해서 배송을 동시에 책임질 수 있는 모델을 고안하고 있다”며 “아직까진 점포 공간이 배송을 위해 체계적으로 갖춰진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 모델을 통해 배송을 위한 최적화 구조와 모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e커머스 Vs오프라인 강자의 배송 대결=온라인과 배송에서 e커머스 업체 대비 속도 조절을 보이던 롯데마트가 ‘롯데온’과 함께 회심의 배송 카드까지 들고 나오면서 온라인 시장은 e커머스 업체와 오프라인 강자의 불꽃 튀는 대결이 예상된다. 오프라인 강자인 롯데쇼핑은 그동안 온라인에서 주춤한 모습을 보였으나 롯데온을 앞세워 본격적인 온라인과 배송전에 뛰어든다. 몸집이 가벼운 e커머스 업계는 오프라인 매장 대신 대규모 물류센터로 승부했다.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것은 곧 고정비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에 오프라인 업체들이 따라갈 수 없는 엄청난 강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오프라인 강자인 롯데가 물류센터 방식이 아닌 기존 매장을 이용하는 새로운 물류전쟁을 선언하면서 배송전쟁의 분위기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롯데가 물류센터를 따로 짓는 대신 백화점, 마트, 슈퍼, 편의점 등 전국 1만2,000여개의 매장을 효율화해 매장인 동시에 물류센터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들고 나오면서 오프라인 매장이 오히려 배송전쟁의 강점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배송전쟁의 기존 시각에서 오프라인 매장은 고정비를 잡아먹는 부담이었지만 오프라인 매장이 대부분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위치해 있는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새로운 소형 물류센터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오프라인 매장이 독이 아닌 거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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