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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 큰 회사 나오려고하면 규제"…이해진, 기업환경 작심비판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심포지엄서 대담]

"기업 커지는 것 부도덕하다면 기업가 정신과 어떻게 공존하겠나"호소

"경쟁 뒤처지지 않을 고민도 벅찬데…기업에 너무 많은 책임 줘" 쓴소리

"네이버, 인터넷 제국주의에 저항해…살아남는 회사였으면 좋겠다"

이해진 네이버 GIO가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디지털 G2 시대, 우리의 선택과 미래 경쟁력’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5년 만에 공개무대에 올라 “우리나라에서는 큰 회사가 나오려고 하면 규제를 하려 한다”며 정부 정책 방향을 작심 비판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며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안방시장에서도 규제장벽에 막혀 혁신기술과 서비스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GIO는 18일 서울 소공동 포시즌스호텔에서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가 공동 주최한 심포지엄의 대담자로 나서 “기업가정신은 회사가 커지고 강해지도록 하는 것인데 그 자체가 부도덕하다고 한다면 기업가정신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그가 공개행사에서 대중 메시지를 던진 것은 지난 2014년 6월 중소기업중앙회 주최 리더스포럼 강연 이후 처음이다.

이 GIO는 또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이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우리 사회는) 기업에 너무 많은 책임을 주는 것 같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기업이 크거나 작다는 것은 글로벌 스케일로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한국에서 네이버 같은 혁신기업들이 성장하려 해도 각종 대기업 규제에 발이 묶인 상황을 비판한 대목으로 보인다.

이 GIO는 ‘검색의 다양성’과 ‘데이터 주권’을 화두로 던졌다. 미국 구글 등 극소수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전 세계 인터넷 시장을 장악해가는 가운데 자국 검색 포털 서비스를 갖추지 못한 유럽 등으로 진출 범위를 확대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몇 개 회사가 전 세계 인터넷 시장을 장악하는 데 대해 세계 각국이 굉장히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네이버가) 그런 제국주의에 저항해 살아남는 회사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세종대왕을 가장 존경한다는 이 GIO는 한글을 역사상 최고의 소프트웨어(SW) 프로젝트로 꼽으며 “한글을 잘 지키려면 반드시 좋은 검색엔진이 있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기술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검색엔진 분야에 도전한 계기를 설명했다.

이해진(오른쪽) 네이버 GIO가 1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해 작심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네이버




이 GIO는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가장 큰 곳이 유럽이고 현지에서도 네이버를 구글의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 차원에서 이 GIO는 “미국·중국 기업들이 어마어마한 돈을 (신기술·스타트업 등에) 투자하고 있다”며 “그동안 (네이버가) 서비스를 잘하는 쪽으로 경쟁해왔지만 이제는 투자를 잘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 GIO는 유럽 중에서도 특히 프랑스를 주목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대학생들이 제일 선호하는 직업이 공무원이었으나 지난 3년여 사이 분위기가 바뀌어 이제 절반 이상이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을 만들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이 GIO는 지금 당장 네이버가 유럽에서 사업을 하기보다 펀드에 투자하면서 간접적으로 배우는 과정인데 현지 분위기가 좋아 펀드가 소진되면서 두 번째 펀드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경영인으로서 겪었던 심적 고통도 토로했다. 2011년 쓰나미로 일본 대지진 당시 네이버 일본법인(NHN재팬)의 도쿄 본사 3층 건물에 있었는데 건물들이 영화처럼 크게 휘청이는 것을 보고 “여기서 죽나 싶었다”며 더 큰 여진이 온다고 하니 일본 사업을 계속해야 할지, 직원들을 철수시켜야 할지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 사무실에서 펑펑 울었다고 전했다. 그 당시 절반이 철수하고 자발적으로 절반이 남은 직원들 덕분에 오늘날 일본 ‘라인’이 기적처럼 성공할 수 있었다면서 고마움도 나타냈다.

이 GIO는자신의 회사 지분이 4% 이하임을 환기시키며 “(네이버가) 내 회사라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 늘 의사결정을 (회사 임직원들과) 같이 해왔기 때문에 당연히 서로 이야기하다 보면 (경영의) 투명성이 높은 쪽으로 논리적인 의사결정을 이뤄왔다”고 술회했다. 그러면서 “이 회사를 후배들에게 물려줄 때도 잘못한 것, 실수한 것, 부족한 것이 있겠지만 ‘최선을 다한 의사결정이었으며 사심이 있지 않았고 외부 압력이 없었던 의사결정이었다’고 후배들에게 할 수 있어야겠다는 것이 사업하는 목표”라고 자사 지배구조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도 키노트 연사로 나와 혁신과학기술의 사회적 포용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혁신에 대한) 비전은 특정 소수에만 보이는 경향이 있어 대중에게는 정신 나간 사람이나 사회질서를 해치는 사람처럼 여겨질 수 있다”며 “지금은 다수의 합의와 대화가 중요한 시대지만 더 중요한 것은 비전을 가진 리더를 포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제자로 나선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과잉·중복규제가 심각하고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한국은 초연결사회로 가고 있고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률이 가장 높은 곳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정책 분야에서는) 여러 규제의 불일치가 있다”며 “이런 제도적 불일치를 해소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성장은 없다”고 개탄했다. /민병권·백주원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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