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 규제에 나섰지만 우후죽순 생겨난 가상화폐 거래소가 200여개 넘게 난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거래소의 이른바 ‘벌집계좌’ 운영을 금하고 있지만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서 취합한 한 자료에 따르면 5월 4일 기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모두 205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개설 예정인 28곳과 운영을 중단한 7곳 등을 제외하고 실제 거래가 이루어지는 거래소는 151곳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가상화폐 시세 급락으로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가 경영난을 겪고 있지만 제도적 미비 탓에 거래소는 여전히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거래 실명제를 도입하면서 벌집계좌를 금지하는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지만 벌집계좌 사용 금지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로 무력화됐다.
벌집계좌는 가상화폐 거래소 법인계좌로 가상화폐 거래자의 투자금을 받고 거래를 장부로 관리하는 형태를 말한다. 엑셀 등 파일 형태로 저장돼 거래자 수가 많아지면 자금이 뒤섞이는 오류가 있을 수 있고 법인계좌의 자금이라 법적 소유권이 거래자가 아닌 법인에 있다. 제도 시행 이후 거래 실명제에 따른 가상계좌는 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 등 기존 주요 거래소에만 사실상 허용돼 일부 후발 거래소들은 ‘불법’인 벌집계좌로 투자금을 받으며 영업을 했다.
현재 거래소 설립 요건을 규제하는 제도가 없는 데다가 거래 실명제를 우회할 벌집계좌라는 수단까지 생기다 보니 투자 사기, 기획 파산 등 가상화폐 거래소 관련 사건·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업계는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의 법제화 동향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이와 관련한 법안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금융정보분석원에 상호와 대표자 성명 등을 신고해야 하는데, 거래 실명제에 따른 가상계좌를 이용하지 않는 거래소는 신고 수리를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즉, 벌집계좌를 이용한 거래소는 ‘미신고’ 거래소가 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하지만 실명거래 계좌를 보유한 기존 주요 거래소의 기득권만 인정하는 개정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실명 거래제를 도입한 이후 어떤 거래소에 실명거래 가상계좌를 내줄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은 탓이 크다. 은행들은 현재 기존에 거래하던 거래소에만 실명 거래 가상계좌를 내주고 있다. 실명 거래제 이후 새롭게 가상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특금법 개정안과 같이 벌집계좌를 규제할 근거가 필요하다”면서도 “근본적으로는 특금법이라는 형태가 아니라 가상화폐 거래소에 관한 법률과 같이 거래소 전반을 규제하는 법령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주 인턴기자 min07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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