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 고위관계자는 21일 “이번 인사는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과 공정경제로 대표되는 현 경제정책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며 “경제성장을 위해 기업들의 사기를 높여줘야 하는 시점에 반대로 기업을 더 옥죄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소득주도 성장이 실패했다는 여론이 많지만 이번 인사는 정부가 앞으로도 소득주도 성장의 방향성을 바꾸지 않겠다는 메시지인 것 같아 갑갑하다”며 “소득주도 성장의 방법론만 바뀌어서는 안 되고 방향성도 바뀌어야 하는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공정위원장이 기업을 규율하는 감시자의 역할이라면 청와대 정책실장은 경제정책 전반을 컨트롤하는 자리로 역할이 다르다”며 “미중 무역분쟁과 내수 부진 등 안팎으로 경제가 안 좋은 시기에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업활동이 위축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김 신임 정책실장의 합리적인 면모에 주목하는 견해도 있다. 재계의 한 인사는 “김 실장이 기업 사정에 밝은데다 기업들과 스킨십도 늘렸던 만큼 기업의 입장을 배려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계는 특히 우리 경제에 큰 부작용을 낳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을 바로잡는 정책을 펴줄 것을 주문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 기업투자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지만 지금 기업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발목이 잡혀 있다”며 “소득주도 성장의 한계를 인정하고 정책을 보완해 기업 경영 여건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투자를 가로막는 규제 완화에 더 신경을 써달라는 지적도 나왔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공정경제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정책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올 하반기 경제전망도 좋지 않은 만큼 새 청와대 경제팀이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김 정책실장이 기업에 필요한 지원책 등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청와대에서 역할을 해주는 한편 정부부처 경험을 살려 경제·사회정책을 이끌어나가주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양철민·고병기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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