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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성 꼴찌수준인데...감사 적정 98%는 난센스"

[현실이 된 감사대란]

■회계개혁 필요성 입모은 전문가들

미국 66%·일본 72% 등에 비해

韓, 적정의견 비율 지나치게 높아

'코리아 디스카운트' 오명 씻고

투자 생태계 건전화 기회 삼아야





회계개혁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오는 11월에는 신외감법의 핵심 사항인 주기적 감사인지정제와 감사인등록제, 표준감사시간제 적용이 예고돼 또 한 번의 혼란이 예상된다.

이해관계자들의 불만에도 회계개혁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회계 투명성은 한국기업에 대한 평가절하를 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여러 원인 가운데서도 첫손에 꼽힌다. 최근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기업의 회계 투명성 지표에 해당하는 ‘기업이사회의 경영감독 효과성과 회계감사의 적절성’ 항목에 대한 한국 순위는 전체 조사대상국 63개국 중 61위에 머물렀다. 2017년(63위), 2018년(62위)에 비해 한두단계 올랐지만 올해 ‘감사대란’이 진행중인 점을 고려하면 외부에서 보는 우리 기업들의 회계 투명성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비적정 의견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상장사의 회계에 대한 엄격성을 나타내는 감사 적정 의견의 비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18년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유가증권시장·코스닥 상장법인을 전수조사한 결과 12월 결산 상장사 2,068곳(유가증권시장 763곳·코스닥 1,305곳) 가운데 98.2%인 2,081곳이 적정의견을 받았다. 비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 수는 전년 25개에서 37개로 비율로는 50% 가까이 늘었지만, 전체 상장사 중 적정의견을 받은 비율은 99.1%에서 98.2%로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한 대형회계법인 파트너는 “세계 주요국 중 꼴찌 수준의 회계 투명성을 가진 나라의 전체 상장사에 대한 감사의견 적정 비율이 98~99%라는 것 자체가 선진국 투자자들이 볼 때는 난센스”라며 “극약 처방이긴 하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고질적인 회계 문제를 해결할 기회는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려 올해 불거진 혼란을 두고 투자 생태계 건전화를 위해서라도 엄격한 기준에 따라 정확한 감사 의견을 내 상장사의 재무상태를 개선하거나 좀비 기업의 시장 퇴출이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황진우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비적정 의견 37개사 중 자산규모 기준으로 전체 절반을 넘는 20개사가 시가총액 1,000억원 미만인 곳으로 상대적으로 결산 능력이 부족하고 사업 지속성의 불확실성이 높은 곳에서 나타났다”며 “(비적정 의견을 받은) 해당 상장사들은 신외감법과는 별개로 자료제출 미비, 자본잠식 우려 등 이미 우려할 만한 내부 문제점을 이미 안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상장사들은 감사시간과 감사보수를 두고 고통을 호소하지만,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 회계에 대한 투자와 가치부여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권수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한국회계학회 회계저널에 발표한 ‘한국, 미국, 일본, 중국의 감사보수 수준 비교 연구’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실제 감사보수 수준은 미국의 11%, 일본의 31% 수준에 머물렀으며, 자본 시장이 늦게 시작된 중국과 비교해도 61% 수준에 불과했다. 감사 적정 의견의 비율 역시 미국은 66%, 일본 72%인 반면 한국은 중국(96%)보다도 높은 99%로 추산됐다.

증권업계에서도 신외감법 시행이 올바로 정착되기만 하면 기업 신뢰도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출 금리 등을 낮춰 궁극적으로 감사를 받는 기업의 체질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신외감법은 주기적 감사인지정제, 표준감사시간제와 같은 독창적인 내용으로 세계가 한국의 성패를 주목하고 있는 제도”라며 “제대로 정착만 되면 좀비기업을 퇴출하고, 체질이 튼튼한 기업의 채권금리가 낮아지는 등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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