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블록체인협회는 24일 임시총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오갑수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차기 협회장으로 선출했다. 협회는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오갑수 신임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우리 경제에 새로운 도전과 함께 큰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며 “블록체인 기술은 특히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포용금융과 포용경제의 생태계를 조성하고 금융과 핀테크, 유통, 무역, 물류네트워크, 의료서비스 등 경제·사회문화 전반을 발전시키고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내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오 회장이 암호화폐 제도화와 관련해 제 목소리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에도 은행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기로 해 국내 거래소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1,000달러 이상 거래하는 송금인과 수신인의 정보를 파악해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한 것인데 금융당국도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FATF 권고안이 국내외 암호화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FATF의 국제 기준을 국내 상황에 맞게 정부가 적용하는 과정에서 오 회장이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오 회장은 서울대 경영학 학·석사,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금감원 부원장을 지낸 후 스탠다드차타드(SC) 글로벌뱅크 런던 본사 특별고문 겸 SC제일은행 부회장, 서울대 경영대학 초빙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글로벌금융학회장을 맡고 있다. 본지 자문단인 서경 펠로로 활동 중이다. 오 회장이 학회장을 맡고 있는 학회가 주최한 세미나에 청와대 관계자와 국내 금융지주 회장이 대거 참석해 금융권 실세로도 통한다. 협회의 한 관계자가 “오 회장은 정부기관 및 금융회사의 고위직을 역임해 쌓아온 경륜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블록체인 생태계의 조성과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할 적임자”라고 후한 평을 내놓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암호화폐에 대한 글로벌 규제를 적용하려는 당국과 이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는 협회 간 조율이 실패할 경우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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