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세브란스 재활병원 연구진 등으로 구성된 한국팀이 내년 5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사이배슬론 2020 국제대회’에 도전하기 위한 출정식을 24일 개최했다.
‘사이배스론’은 인조인간을 뜻하는 ‘사이보그’와 경기를 의미하는 라틴어 ‘애슬론’의 합성어로, 신체 일부가 불편한 장애인들이 로봇 같은 생체 공학 보조장치를 착용하고 겨루는 경기다.
공경철 KAIST 기계공학과 교수팀은 2016년 열린 제1회 대회에서 웨어러블 로봇 종목에 출전해 3위에 오른 바 있다. 로봇을 착용한 선수가 앉고 서기, 지그재그 걷기, 경사로를 걸어올라 닫힌 문을 열고 통과해 내려오기, 징검다리 걷기, 측면 경사로 걷기, 계단 오르내리기 등 코스 중 5개를 252초에 통과했다.
내년에 출전하는 2회 대회에서는 코스 난이도가 높아지는 만큼 새롭게 제작되는 ‘워크 온 슈트 4.0’으로 우승에 도전한다. 워크 온 슈트는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을 위해 개발한 보행 보조 로봇으로, 완벽한 개인 맞춤형으로 양팔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대회에서는 보조 도구 없이 제자리에 선 채 물컵을 정리하는 미션 수행에 활용될 예정이다. KAIST 측은 “로봇의 사용성을 향상시켜 목발을 항상 짚어야 하는 장애인들의 불편함을 일부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날 열린 출정식에는 지난 대회에 출전했던 김병욱(45) 선수가 ‘워크 온 슈트’를 착용하고 시연했다. 김 선수는 1998년 뺑소니 사고로 하반신 전체가 마비되는 장애를 얻어 20년 가까이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했다. 그는 “로봇을 입고 두 다리로 처음 섰던 날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었다”며 “그날 밤 잠자리에 누웠을 때 아내 몰래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고 지난 대회를 회상했다.
오는 2020년에 열리는 대회는 총 7명의 후보 선수가 준비하며, 모두에게 개인 맞춤형 ‘워크 온 슈트 4.0’을 지급해 훈련을 진행하게 한다. 그 후 오는 11월께 최종 선수 1명과 보궐선수 1명을 선발한다.
공 교수는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동작으로 대회 미션을 구성한다”며 “대회 코스만 잘 따라가도 실제 장애인 사용자를 위한 기술다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양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은 이날 격려사를 통해 “장애인을 위한 로봇기술 개발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분야”라며 “사이배슬론 대회 출전뿐만 아니라 로봇을 상용화하는 단계까지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주원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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