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김영주씨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체지방을 줄이고 근력을 늘리기 위해 운동과 함께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즐긴다. 그렇다고 매번 맛없는 닭가슴살만 먹을 수도 없는 노릇. 그녀가 종종 ‘혼밥’ 메뉴로 택한 것은 가정간편식(HMR) 형태로 나온 통목살 스테이크다. 프라이팬에 통째로 굽고 같이 곁들여 먹을 샐러드만 준비하면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가정간편식 열풍이 육가공시장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간편한 한 끼 식사 대용으로 HMR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육가공 제품도 기존의 햄·소시지 등 반찬 위주에서 하나의 근사한 요리로 즐길 수 있는 ‘원밀형(One-Meal)’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24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895억원이던 국내 베이컨(소금에 절인 후 훈연시킨 육가공품) 시장은 이듬해 924억원에 이어 지난해 964억원으로 2년 새 7.7% 성장했다. 경기불황 속에서도 베이컨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데에는 HMR 제품 인기가 큰 몫을 했다. CJ제일제당(097950)이 지난해 5월 선보인 ‘The더건강한 통삼겹 스테이크’는 통째로 또는 썰어서 구운 뒤 가니쉬(요리에 곁들이는 것)와 함께 내놓으면 한 끼 메인 메뉴로도 손색이 없다는 점 때문에 출시 초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매장 시식을 경험한 소비자의 대다수가 재구매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온라인상에서도 ‘먹방’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 ‘핫’한 제품으로 소개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실제로 통삼겹 스테이크 매출(106억원)을 빼면 베이컨 시장은 2017년 924억원에서 지난해 858억원으로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했다. 통삼겹 스테이크로 대표되는 HMR 제품이 전체 베이컨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육가공시장에서도 간편식 제품이 인기를 끌자 CJ제일제당은 올 4월 통목살 스테이크를 추가로 출시했다. 이 제품은 출시 이후 30억원의 매출을 올릴 만큼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 13일에는 채소와 소스 등 간단한 재료만 추가하면 오리 냉채와 오리 불고기 등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는 통오리 오븐구이까지 선보였다. CJ제일제당은 향후 제품 라인업을 더욱 더 확대해 관련 제품 시리즈에서만 올해 300억원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과거에만 해도 육가공제품은 햄이나 소시지 등 반찬용으로 주로 활용됐지만 이젠 한 끼 식사로까지 활용 가능한 HMR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시장 트렌드도 ‘원밀형’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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