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4년만에 0%대로 떨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외여건 불확실성의 전개 방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통화 정책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금리인하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 총재는 25일 한은 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1~5월 중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6%로 지난해 하반기 상승률인 1.7%에 비해 상당 폭 낮아졌을 뿐 아니라 물가안정 목표 2%도 크게 하회한다”며 “올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지난 4월 전망치를 하회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한은이 밝혔던 올해 물가상승률은 1.1%다. 사실상 0%대 물가상승률을 시사한 발언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미만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15년이 마지막이다.
이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해선 “대외 여건이 우리 경제에 우호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로 해석됐던 지난 12일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에 담겼던 발언과 일치한다. 그는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고 반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며 “우리 경제의 향후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은 이전보다 한층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서 실질 기준금리가 올라갔다고도 했다. 실질기준금리는 명목 기준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수치다. 대내외 경기상황이 악화되고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서 실질 기준금리라 올라간 만큼 기준금리를 내릴 명분이 생겼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던 창립기념사 수준의 발언”이라며 “성급하게 인하 여부를 결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다음달 1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와 올해 경제전망 수정을 발표한다. 시장에서는 다음달 금통위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을 기존 2.5%에서 소폭 하향한 뒤 8월말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달 말 발표되는 2·4분기 성장률 결과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정책을 확인한 뒤 행동에 옮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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