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이면 구광모 LG회장이 취임한 지 1년이 된다. 지난 1년 간 LG는 많은 변화를 겪으며 숨가쁘게 달려왔다. 40대 젊은 총수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구 회장이 빠르게 자기 색깔을 내면서 과거의 LG와는 확실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구 회장 체제의 LG가 보여주고 있는 키워드는 과감하고 빠른 의사 결정, 실리주의, 순혈주의 타파 등으로 요약된다. 스마트폰 공장 베트남 이전, CJ헬로비전 인수, LG CN 지분 매각 등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앞으로의 변화는 더 주목된다. 구 회장 체제가 이제 안정화 단계에 들어선 만큼 이제부터 지난 1년 보다 더 빠르고 많은 변화들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까지 큰 변화를 주지 않았던 그룹의 핵심 계열사 LG전자(066570)와 LG디스플레이(034220)도 변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변화는 이제 시작...더 빨라질 新 LG 체제=구 회장 취임 후 달라진 LG를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는 작년 말 최고경영진 인사다. LG는 LG화학(051910)·LG이노텍(011070)·LG상사(001120)·LG경제연구원 등 8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새로 선임했다. 특히 LG화학에는 3M 수석부회장 출신의 신학철 부회장을 새 CEO로 데려왔다. 뿐만 아니라 구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하는 ㈜LG경영전략팀장으로 베인&컴퍼니코리아 대표 출신의 홍범식 씨를 영입했다. 과거 LG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과감한 모습이다. LG는 그간 순혈주의가 강하기로 잘 알려진 그룹이었다. 이제 시작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LG는 지난해 계열사 CEO를 대대적으로 교체하기는 했지만 그룹 핵심인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조직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두 곳은 매년 연말이면 조직 개편 얘기가 나오는 곳이다. LG전자는 최근 가전 부문의 선전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수년째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에서는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관련 사업에서 해법을 찾기 위해 큰 폭의 조직 개편을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최근 중국 업체들의 약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는 애초 작년 말 CEO가 물러날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으나 권영수 ㈜LG부회장이 LG디스플레이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와 LG디스플레이가 여전히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감한 변화를 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 회장 취임 후 과감한 외부 인사 영입 등 파격적인 변화가 있었지만 반면 그룹의 주축인 전자와 디스플레이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며 “이제 조직이 어느 정도 안정화된 만큼 구 회장이 전자와 디스플레이에도 변화를 줄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중심으로 떠오른 ㈜LG ‘시너지팀’ 출신들의 역할에 주목=앞으로 LG그룹의 사업방향과 관련해서는 과거 ㈜LG ‘시너지팀’ 출신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너지팀은 LG 계열사 간 업무를 조율해 시너지를 내도록 지원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LG 그룹경영의 핵심부서였다. 고(故) 구본무 회장의 ‘직속부대’로 불리며 LG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구 회장은 2014년 LG전자에서 ㈜LG 시너지팀으로 이동해 2017년까지 몸을 담았다.
구 회장이 ㈜LG에서 경영수업을 받던 시절 손발을 맞췄던 시너지팀 출신들은 현재 각 계열사 주요 보직에 흩어져 있다. 특히 구 회장 취임 후 1년간 LG그룹 내 굵직한 사업재편 작업에는 대부분 시너지팀 출신들이 개입돼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LG전자의 스마트폰 생산기지 이전이다. ‘LG가 과감해졌다’는 평가를 받은 이 결정의 주체는 권봉석 LG전자 MC·HE사업본부장 사장이었다. 권 사장은 시너지팀 팀장으로 구 회장과 함께 일한 바 있다. CJ헬로비전을 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LG유플러스(032640)의 하현회 부회장 역시 시너지팀 출신이다. 지금까지 이들의 활약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구 회장 체제의 신(新) LG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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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와 전장 사업이 일차 시험대=앞으로 구 회장에 대한 평가는 인수합병(M&A)와 전장 사업이 될 전망이다. 구 회장 취임 후 LG는 케이블TV 1위 업체인 CJ헬로 인수를 단행 했지만 그 외에는 아직까지 굵직한 M&A가 없다. 현재 LG가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최근 LG CNS 지분 매각 대금 등을 활용해 대형 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LG전자 로봇사업센터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M&A가 일어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너지팀 출신의 노진서 전무가 로봇사업센터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시너지팀에서 LG화학으로 자리를 옮긴 김동춘 고기능소재사업담당의 역할에도 이목이 쏠린다.
아울러 전장 분야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주요 LG 계열사들이 미래 먹거리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분야이며, 로봇이나 인공지능(AI) 등 다른 신성장 동력에 비해 실적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LG전자 전장 사업부(VS)의 경우 첫 매출이 발생한 지난 2015년 매출액 1조 8,324억원에서 지난해 4조 2,876억원으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다만 아직까지 이익은 나지 않고 있다. LG전자의 전장 사업은 작년에 영업손실 1,198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LG전자는 내년에는 전장 부문이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 회장 취임 후 지난 1년 간은 LG의 성장을 가로막는 낡은 관습을 타파하고 미래지향적인 조직으로 탈바꿈시키는 시간이었다”며 “구 회장이 힘을 싣고 있는 미래 먹거리에서 실적이 나온 다음에야 구 회장에 대한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고병기·박효정 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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