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집값이 조금이라도 과열되면 즉각 여러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의 일환으로 고분양가 문제 해결을 위해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분양가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민간택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HUG의 분양보증 승인을 통한 우회적인 방법으로 분양가를 관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민간 아파트 분양가 통제가 부작용만 더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민간 택지에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공급물량 축소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공급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데, 대책은 정반대가 나오는 셈이다
◇ 분양가 상한제, 민간 택지 확대 검토 = 김 장관은 26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지난해 9·13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시장의 하향 안정세가 이어졌는데 최근 일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과열되면 즉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 정책을 추진 중인데 (추가 대책) 시기는 지금이 그럴 때인지 봐야 한다”며 “고분양가는 인근 무주택 실수요자의 부담을 높이고 한번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면 그 주변 주택가격까지 끌어올려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한 패널이 “민간아파트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고민해보겠다”며 긍정적 의사를 드러냈다.
추가 대책에는 대출 규제와 세제 강화 방안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조정하거나 조정지역 내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현행 규정상 조정지역 내 양도세 비과세 요건은 2년 거주인데 3년 거주로 늘어날 수 있다. 현행 30년인 재건축 연한을 35~40년으로 늘리는 것도 한 방안이다.
◇ ‘규제의 역설’에 동의하지 않아=김 장관은 이날 정비사업을 옥죄는 정책이 공급부족 우려를 낳아 아파트 값을 올린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김 장관은 “현재 진행하는 규제는 참여정부 때부터 갖고 있던 정책이며 과거 정권에서 과도하게 풀었던 내용을 정상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장의 분석이 이와 다르다는 점이다. 현재 강남 집값이 꿈틀대는 이유는 향후 서울 알짜지역에 주택 공급이 더욱 부족할 것으로 보고 시중 뭉칫돈이 기웃대는 것이 크다. 현재 강남 등 서울 인기 주택시장을 움직이는 계층은 현금 부자들이다. 한 전문가는 “주택공급 물량을 더 줄이는 대책을 내놓으면 역효과만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김 장관은 이날 토론회 말미에 현재 지역구인 고양 일산 서구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고양 일산구는 최근 3기 신도시 발표로 집값 하락 등 불만이 높은 지역이다. 김 장관은 이날 사회자가 “일산을 지역구로 다시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생각해도 되겠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인정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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