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대거 늘리며 주주환원 정책에 힘쓰고 있는 반면 올 들어 국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자사주를 매입한 국내 상장사는 총 99곳으로 집계됐다. 총 매입 규모는 7,7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2,067억원에 비해 35.9%나 줄었다. 지난해 3·4분기 2조5,265억원까지 늘었던 자사주 매입금액은 이후 급격히 줄어 2·4분기 매입금액은 이날 현재 5,026억원에 불과하다. 올해가 절반 가까이 지난 상황에서 상반기 매입금액이 지난해 전체 매입금액(6조5,000억원)의 19.5%에 그치면서 올해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은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국내 상장사는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005930)가 자사주 매입을 실시하지 않으면서 규모가 크게 줄었다. 지난해 1·4분기 삼성전자는 6,978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했지만 올해는 매입이 없었다. 대신 현대차(005380)(1,937억원), 네이버(936억원), 넷마블(251270)(454억원), 셀트리온(068270)(440억원) 등이 자사주를 매입했다. 자사주를 매입하는 기업이 늘기는 했지만 분기별로 꾸준히 자사주 매입이 이뤄지는 미국 기업들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과 같은 주주환원 정책이 문화적으로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경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의 올해 1·4분기 자사주 매입금액은 총 2,058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4·4분기의 2,230억달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8.9% 늘어난 규모다. S&P500 상장사 4곳 중 1곳은 매년 자사주 매입을 통해 4% 이상의 전체 발행주식 수를 줄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정보기술(IT) 분야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애플의 경우 1·4분기에만 238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역대 최고치를 찍었고 오라클(100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47억달러), 알파벳(30억달러), 인텔(25억달러) 등이 자사주 매입 규모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확대가 오늘날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견인했다고 말한다. 기업들이 투자가 아닌 자사주 매입에 잉여현금을 쏟아붓는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오히려 주당이익률이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투자처가 됐다는 평가다.
반면 국내에서는 자사주 매입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의견이 많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는 자사주 매입이 자사주 소각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해외에 비해 자사주 매입 효과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매입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지만 이것도 소각이 전제돼야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상장사들이 배당금을 늘리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기업의 현금배당은 30조7,000억원 규모로 지난해보다 16.4% 늘어났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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