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 장기화와 반도체 회복 지연에 지난 6월 우리나라 수출액이 13.5% 감소해 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통틀어서도 8.5% 줄어 정부가 내건 ‘2년 연속 수출 6,000억달러’ 목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월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이 1년 전보다 13.5% 감소한 441억8,000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월간 수출액은 지난해 12월(-1.7%)을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이어오고 있다. 수출이 7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2015년 1월~2016년 7월 간 19개월 연속 감소한 이래 최장 기간이다. 올해 상반기 수출도 2,715억5,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감소했다. 상반기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16년 상반기(-10.2%) 이후 3년 만이다. 수입 역시 5.1% 줄어든 2,520억달러였다. 6월 수출을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가 단가 하락과 업황 부진의 이중고에 25.5% 급감했다. 가격이 60% 이상 급락한 D램을 필두로 반도체 단가는 33.2% 하락(6월25일 기준)해 수출물량 증가에도 수출액은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석유화학도 업황 부진과 단가 하락,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24.5% 큰 폭 줄었다. 휴대폰을 포함한 무선통신기기(-23%), 디스플레이(-18.5%) 등 전통 주력품목의 수출도 감소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길어지면서 세계 교역 자체가 위축되고 있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중국의 고속성장이 꺾이면서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도 타격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대중 수출은 24.1% 급감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5월(-25.6%)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올해 수출이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이며 연간 6,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던 정부의 목표치도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박태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수출 회복 시점이 일정 부분 지연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상반기보다는 하반기 실적이 보다 더 개선되는 형태로는 진행되겠지만 개선 폭과 강도 등에 있어서는 연초의 전망보다는 조금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올해 연간 수출액을 6.4% 감소한 5,660억달러로 전망했다. 특히 우리 수출의 4분의1을 차지하는 반도체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글로벌 정보통신(IT)기업의 데이터센타 투자 지연 등으로 수출 회복 시점이 4·4분기 이후로 늦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중이 추가 관세 보류에 합의했다지만 양국의 무역갈등은 ‘기술패권 다툼’의 성격을 띠고 있어 짧은 시간 내 해결이 어렵다”며 “기술업 부문 갈등 지속으로 반도체 경기 반등도 올해 안에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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