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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D 증착장비 90%가 日제품…전기차 등 미래차 개발도 차질

[부품소재 국산화 어느정도길래]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을 겨냥한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은 역으로 반도체 재료 및 각종 소재산업 국산화를 가속화할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략물자의 안정적 조달을 예측할 수 없을 경우 삼성 등 글로벌 대기업은 중장기적으로 대체 공급처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의 이 같은 ‘극약 처방’은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이 반도체 재료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국산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구 공정에 들어가는 재료일수록 국산 비율이 높고 최첨단공정의 경우 수입품의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첨단공정이 구 공정이 되면 자연스레 국산화 비율도 높아지겠지만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 재료 국산화에 필수적인 대기업의 기술개발 지원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일본의 조치는 지금까지 해외 의존도가 컸던 한국 정보기술(IT) 소재의 국산화를 가속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잠재적 위험을 인지하고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 등은 오는 2020년부터 반도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및 전기차 분야에 적용되는 핵심소재 일부의 국산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 역시 반도체·디스플레이 후방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반도체·디스플레이 후방산업의 경우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생산시설 확충도 필요하다”면서 “최근 ‘제조업 르네상스’ 대책을 발표한 정부가 이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디스플레이 장비나 소재 등도 국산화가 시급하다. 현재 디스플레이 핵심부품인 박막트랜지스터(TFT)에 빛을 쪼여 회로 패턴을 새기는 공정에 활용되는 노광장비는 일본 캐논·니콘이 세계 시장의 99.9%를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생산에 필요한 증착장비도 일본 캐논도키 제품이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또 이번 규제 대상 품목인 폴리이미드뿐 아니라 기타소재 등도 국산화가 시급하다. 국산화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지만 비용 대비 효율성에 아직은 일본산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가 스마트폰에서도 나타난다. 전자나침반이나 터치스크린 등의 원천기술은 일본이 가지고 있다. 또 스마트폰에서 무선신호를 주고받는 데 쓰이는 핵심부품(RF필터·파워앰프·듀플렉서)도 일본이 70% 이상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전기차·친환경차 등 첨단 자동차부품 산업도 일본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자동차의 경우 개발비용 대비 일본산 제품 사용이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국산화를 등한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자동차부품은 연 10억달러 규모에 불과하지만 전장·전기모터 등 미래 자동차 핵심부품의 비중이 높아 자칫 일본의 몽니가 계속될 경우 미래차 산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자동차 산업이 일본의 산업구조를 모방해 일본 수입품 가격이 저렴하면 기술개발을 미뤄온 게 사실”이라며 “자동차 분야의 국산화율이 90%에 이른다지만 나머지 10%인 차량용 반도체, 전기 모터 등은 국산화가 미비해 관련 기술과 자금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또한 “최근 자동차에서 전기·전자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30~40%로 높아져 이들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면서 “친환경차 및 자율주행차 원천기술 확보와 함께 부품·소재 수입선을 유럽·미국 등으로 다변화해 일본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1위인 국내 조선산업의 경우도 선박용 도료의 90% 이상은 여전히 일본 제품을 사용한다. 특히 중국·일본 조선산업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친환경·고성능 도료를 국내 기술로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선박에서 친환경적 도료 개발의 대표적 분야로는 해양생물 부착을 제어하는 선박 외판용 방오도료, 용제를 물로 사용하는 수용성도료 등이 꼽힌다.

국내 건설장비 업계에서는 미니 굴착기 90% 이상을 일본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중량 5톤 미만의 미니 굴착기 시장은 지난 2014년부터 연평균 15%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 지난해에는 시장이 3,000대 규모로 커졌지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셈이다. 미니 굴착기는 국내 시장에서 약 27%를 차지하고 있다.
/박효정·이재용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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