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암호화폐 채굴 혹은 매각 등으로 발생한 소득에 소득세를 매기거나 거래세를 부과하는 등의 과세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국무조정실 주관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와 기재부 주관 세제개편 TF를 통해 발전시켜 오던 내용을 바탕으로 암호화폐 과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도 “국회에 계류 중인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암호화폐 과세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의 중인 암호화폐 과세 방향은 소득세와 부가가치세·거래세 등 세 가지다. 법인이 암호화폐로 거둔 소득은 현행법으로도 과세가 가능하다. 법인세법에서 순자산을 증가시키는 거래로 발생한 소득을 수익으로 보는 포괄주의 개념을 채택하고 있어서다. 개인이 암호화폐 매각 행위로 거둔 소득의 경우에도 암호화폐를 통화가 아닌 자산으로 규정한다는 전제하에 소득세법 개정을 거쳐 과세할 수 있다. 부가가치세는 국제 흐름과 비교했을 때 과세 대상으로 규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초 이후 지지부진했던 암호화폐 과세 논의에 불이 붙는 것은 FATF가 암호화폐 규제 권고안을 발표한데다 암호화폐 거래 시장이 또다시 들썩이고 있어서다. 지난달 28일부터 일본 오사카에서 이틀간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오사카 선언’ 공동성명에는 암호화폐(암호자산)에 대한 FATF의 권고안을 환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선 지난달 21일 FATF는 규제 권고안을 발표하며 각국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면허를 발급하거나 등록제를 운영하고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FATF는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6월부터 이번 규제안의 이행 실태를 조사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암호화폐 관련 규정 등이 정립되면 과세 대상이나 규모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며 “과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규정·법률 정비의 후속 조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주요 국가들은 이미 암호화폐 과세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고 내년부터 소득세를 부과할 예정이고 미국 국세청도 지난 5월 주요 암호화폐 수익에 대한 과세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결정했다. 과세의 가장 큰 벽은 특금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다. 암호화폐 취급업소(거래소) 정의와 신고의무 부과 등의 내용이 담긴 개정안은 올 3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지만 여전히 계류 중인 상태다. 정부는 법안이 통과돼 암호화폐의 과세 대상과 규모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되면 세부적인 암호화폐 과세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김태균 법무법인 태평양 공인회계사는 “암호화폐에 대한 법인세 과세는 현행법으로도 과세가 가능하지만 개인소득세나 거래세 등은 규정상 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법 해석만으로 과세에 나서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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