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시작해 일본에 이어 글로벌 2호 진출국으로 최근 서울 성수동에 진출한 ‘블루보틀’의 간판 메뉴 ‘뉴올리언스’ 가격은 5,800원. 이는 미국의 4.35달러(5,080원)와 일본 540엔(5,660원)에 비해 오히려 높다.
세계 50여개국에 진출한 세계 최대 가구점 스웨덴 기업 ‘이케아’의 경우 지난 2014년 다소 늦게 한국에 상륙했다. 그런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스웨덴에 이어 세계 2위의 소매가격을 책정해 한국 소비자들에게 불만을 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가격조사 결과 비싸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애플은 2018년 북미지역에서 ‘아이폰7 플러스’를 반납하면 ‘아이폰 XR’ 등 최신 모델을 할인해준 바 있다. 일본에서도 같은 할인 행사가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할인 프로그램이 진행되지 않았다. 영국 최대 가전 메이커 ‘다이슨’의 경우에도 유럽에서 80만원, 미국에서 83만원 하는 청소제품을 한국에서 119만원에 판매해 ‘한국 소비자는 봉이다’라는 말을 만드는 코리안 프라이스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그렇다면 코리안 프라이스는 왜 발생하는 것인가. 유통과 소비자, 그리고 시장특성의 세 가지 측면을 살펴보자.
첫째, 2018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한국의 국가경쟁력 요인평가를 보자. 관세복잡성 85위, 관세율 96위, 독과점 93위, 무역장벽 66위. 이 같은 수준에서 소수의 유통업체와 수입업체로 유통경로가 구성돼 있다 보니 높은 가격이 불가피해진다. 한 마디로 규모가 크지 않고 폐쇄적인 유통시장이라는 것이다.
둘째, 수요측면에서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1시간 줄을 서서 커피 한잔을 마시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이다. 프리미엄 소비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은 40세 이하 밀레니얼 한국 소비자들은 코리안 프라이스를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이들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이 같은 소비경험을 과시하려는 성향이 있다. 아울러 남보다 이 경험을 더 빨리하려고 하는 ‘얼리어답터’의 성향도 높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제 한국의 주력 소비자들이다.
셋째,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었고 소프트파워에서 톱10 국가로 발전하면서 한국 시장의 위상이 최근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생활용품 기업 미국 P&G는 최근 한국을 10개의 ‘집중 국가’에 포함시켰다. 명품과 프리미엄 소비에서 ‘Seoul’이라는 메가시티의 위상도 상당하다. 명품 시장에서는 뉴욕·런던·도쿄 등 세계 주요 메가시티에서 서울이 세계 톱5 도시에 포함되기도 한다.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소비시장인 중국과 인도에 진출하려는 글로벌 브랜드 업체들이 서울과 한국을 일종의 프리미엄 테스트베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쟁시장에서 특정 국가의 소매가격은 수입원가에다가 관세와 유통 및 물류비, 그리고 마진 등이 더해지고 현지시장의 경쟁환경을 고려해 만들어진 매우 복잡한 결과물이다. 가격을 정하는 것은 사업자 고유의 자율적인 권한이다. 담합 등 구체적인 범법사유가 없으면 규제가 불가능하다. 우리 시장이 보다 경쟁적으로 변하고 소비자들이 더 합리적으로 구매한다면 코리안 프라이스도 점차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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