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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톺아보기] '영세 근로자'도 부담 느낀 최저임금

소주성특위 설문서 영세근로자 44%

'최저임금 동결' 주장...응답 중 최다

경영난→일자리 상실 우려 반영한 듯

"최저임금 조절이 곧 노사상생" 주장도

지난 4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최저임금, 국민에게 듣는다’ 토론회에서 홍장표 소주성특위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서울경제DB




영세사업장 종업원 10명 중 4명이 ‘최저임금 동결’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지난 4일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연 ‘최저임금, 국민에게 듣는다’ 토론회에서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중 최저임금 동결을 희망한 비율은 44.4%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 설문조사는 근로자 500명과 자영업자 300명을 대상으로 한국리서치가 정책기획위의 의뢰 하에 진행했습니다.

2020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얼마 안 남기고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건 시사점이 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정책 수혜자’인 영세사업장 근로자 사이에서 “더 이상의 최저임금 인상은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모양새기 때문입니다. 이 근저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자신의 일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영세사업장일수록…최저임금 동결 목소리 높아=이번 설문조사에선 ‘사업장 규모’와 ‘최저임금 동결 지지도’ 사이에 상관관계가 높았습니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선 33%,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선 34.6%의 근로자가 최저임금 동결을 원했습니다. 이 비율은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 44.4%를 기록했습니다.

이 같은 결과를 반영하듯 정해구 정책기획위 위원장은 “일부 임시·일용직 근로자와 자영업자는 불이익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위 위원장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발언을 두고 정부가 최저임금위에 ‘속도 조절’을 간접적으로 주문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죠.

◇‘내 직장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같은 설문 결과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5월 29일 소상공인연합회가 발표한 ‘최저임금 관련 근로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영세사업장 근로자 중 61.2%가 ‘최저임금 상승으로 일자리 변화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부담감을 갖고 있는 배경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 변화 부담을 느낀다고 답한 근로자 중 34.5%가 ‘사업장의 경기 악화 및 폐업 고려’를 그 이유로 꼽았습니다. ‘근로시간 단축(31%)’, ‘해고 및 이직의 압박(20.6%)’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최저임금이 사업장의 ‘생존’을 위협할 수준으로 오르자, 이곳에 소속된 근로자들도 덩달아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최저임금 인상 이후 자신이 일하는 사업장에서 종업원 수가 1명 이상 줄었다고 답변한 비율은 47.2%로 ‘변동 없음(38.5%)’, ‘1명 이상 증가(4.2%)보다 높았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는 배경입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소상공인·근로자 상생의 길”=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소상공인 업계에선 ‘최저임금 동결이나 차등적용은 근로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소상공인연합회에선 ‘최저임금 관련 근로자 설문조사’를 근거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해야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장 근로자 모두 살 수 있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인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소상공인 취약근로자들은 노총과 관계가 없다”며 “(노총이) 취약근로자를 대변하는 형태를 취하면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얘기하는 건 언어도단”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대선 후보 당시 “2020년에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을 끌어올려 경기도 부양하고 소득불평등도 해소한다는 취지로 풀이됐습니다. 그러나 공약 ‘데드라인’인 2020년을 앞두고 정작 정책 수혜자로 예상됐던 영세사업장 근로자 사이에서도 ‘최저임금 동결론’이 힘을 얻고 있는 건 역설적입니다. 이 가운데 노동계에선 20% 올린 ‘1만원’을, 경영계는 4.2% 깎은 ‘8,000원’을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내놓았습니다. 2020년 최저임금은 다음 주 중에는 결정될 예정입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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