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지난 10년간 클라우드 산업에 대한 투자를 다소 게을리했더군요. 스마트공장과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등 신산업은 모두 클라우드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AI) 없이는 완결되지 않습니다. 중국과 일본 모두가 자체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AI를 통한 클라우드를 구축해 제조 혁신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만약 우리가 이것을 해내지 못한다면 데이터 주권도, 미래 신산업 분야의 국가 경쟁력도 없다고 봅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취임 100일(16일)’을 앞두고 출입기자들과 만나 국가 차원에서 하루 빨리 AI와 클라우드의 융합을 추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조업 혁신과 같은 신산업 기반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장관은 “데이터는 미래권력이라는 관점에서 (우리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저장할 곳이 필요하다. 중요한 데이터를 계속해서 (아마존 등) 다른 나라에 의존하면서 해당 국가 AI만 똑똑하게 만들며 우리도 모르게 종속되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며 재차 ‘데이터 주권’을 강조했다. 박 장관은 또 “뒤늦게 클라우드 산업에 뛰어든 우리나라가 지닌 마지막 기회는 각 산업 분야에서 AI를 접목하는 것”이라며 “다행히 네이버와 KT와 같은 기업들이 있어 지금이라도 투자하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중기부는 기존의 중소기업 제조 시스템을 스마트공장으로 바꿔나가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박 장관은 여기에 데이터 축적과 분석을 위한 클라우드와 AI 시스템을 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중기부 내에 3대 육성산업인 반도체와 미래차, AI와 연관한 중소기업 정책을 아우르는 조직을 별도로 만든다는 전략이다.
박 장관은 “향후 중기부가 ‘로드맵을 세울 수 있는 조직’이 되도록 이끌겠다”는 포부다. 과거에 개별 사업을 기획하고 정책 자금을 집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부터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 위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민 경제 로드맵을 그려가는 일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생각이다. 다만 그는 “상생과 공존은 중기부 정책 철학의 기본이 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중기부는 일본 정부의 통상 보복으로 불거진 소재 부품 내재화에 대해서 대책 마련에도 나섰다. 박 장관은 “일본의 통상 보복 조치가 다른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현재 100대 수출품목 등에 대한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어떻게 상생할 수 있느냐와 밀접하기에 정부부처 내의 공조는 물론 대·중소기업 간 연대를 구성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부품소재 독립선언’이 가능할 수 있도록 예산도 편성할 방침도 밝혔다. 일본이 경제 보복 조치를 단행하자 우리 정부는 대상 품목과 추가 제재 가능 품목을 선정해 자립화를 지원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기술개발이 필요한 품목은 연구개발(R&D) 투자를 집중 지원하고 핵심부품·소재·장비 사업중 추진이 가능한 항목은 국회 심의에서 추경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지난 4월 8일 중기부 수장으로 부임한 박 장관은 90여 일간 네이버와 포스코, 신한금융그룹을 잇따라 ‘자상한 기업(자발적 상생기업)’으로 선정하며 대·중소기업간 상생을 꾀했다. 공정위와 대검찰청, 특허청이 참여하는 ‘상생협력 조정위’를 열어 기술탈취를 비롯한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그는 또 최근 스마트공장 프로젝트를 컨트롤하는 ‘스마트 제조혁신 추진단’ 출범과 문재인 대통령 북유럽 순방에 스타트업 경제사절단을 꾸려 동행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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