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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 면제' 안되면 포토레지스트 국산화 2021년에나 시작

<日경제보복...정부 대책 뭐가 필요한가>

부품·소재·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 다음주중 발표

화관법·산안법 등 불필요한 규제 혁파 서둘러야

실패 걱정없이 시험할 수 있는 민관 테스트베드 필요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다음주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8일 “이번 대책에는 초단기·단기·중기·장기 대책이 모두 포함될 것”이라며 “이번주 중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만난 자리에서 나오는 의견까지 수렴해 다음주께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기’와 ‘중장기’로 구분해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단기적으로 일본이 수출규제를 풀도록 압박하거나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부품·소재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에 포함된 불화수소(에칭가스) 등의 재고량이 한 달치도 남지 않은 촉박한 상황”이라며 “업계에서는 정부가 외교적으로 문제를 푸는 것 이외에는 기대하는 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으로 출국해 긴급 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일본 기업들도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만큼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일본 기업들이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일본 정부에 대항해야 가능한 시나리오”라며 “일본이 타격을 크게 입히기 위해 오래 준비한 흔적이 보이는데 한국 정부가 단기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업 차원에서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게 거의 유일한 단기 대책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한 통상 전문가는 “이번 문제는 결국 톱다운 방식으로 풀어갈 수밖에 없다”며 “일본 강제징용 문제에서 비롯된 갈등인 만큼 한일 통상 담당자가 만나더라도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핵심 부품·소재에 대한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 내지 간소화해 개발의 속도를 높이고 기업들의 산업 진출을 막는 환경규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지난 3일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정부 합동 브리핑에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개발에 매년 1조원 수준의 집중투자를 현재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해당 사업인 ‘소재산업혁신기술개발 사업’은 아직 정부의 예비타당성 평가의 첫 단계도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반도체 기판을 제작할 때 쓰는 감광제인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국산화 R&D 사업의 경우 오는 2021년에야 시작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9~10월에야 추진 여부와 규모가 최종 확정될 수 있고 예산 편성까지 감안하면 2021년에나 신규 과제가 시작된다”며 “이번 정부 대책에 이 부분의 예타 면제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고순도 불화수소의 국산화를 위해서는 환경규제 해소가 필수적이다. 2012년 구미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한 후 정부가 화학물질관리법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한 탓에 국내 업체가 불화수소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화된 규제는 기존 유해화학물질관리법과 비교해 취급시설 기준이 79개에서 413개로 5배 이상 늘었다.

민관이 합동으로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중소·벤처기업들이 만든 반도체 소재와 부품, 장비 등을 마음껏 시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노화욱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회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이 일본의 검증된 소재·부품만 쓰려고 하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며 “정부와 대기업이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중소·벤처기업과 부품·소재·장비를 공동으로 개발해야 실효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일본 수출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경제부총리는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배치되는 것으로 우리 기업은 물론 일본 기업, 나아가 글로벌 경제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대응책을 지원하는 데도 역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를 통한 해결책도 찾을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하반기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등 여러 다자적 논의 기회가 예정돼 있다”며 “글로벌 경제의 성장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방지 등을 위한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주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세종=강광우·정순구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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