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부진 속에 기업·최대주주의 자사주 매입이 잇따르고 있지만 주가 부양에는 좀처럼 약발이 통하지 않고 있다. 대체로 공시 직후 주가 상승세가 나타나지만 최근 약세장에는 별로 힘을 못쓰고 얼마 못 가 다시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넷마블(251270)은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0일부터 오는 10월9일까지 2,000억원 규모에 해당하는 213만6,753주를 장내 매수한다고 9일 공시했다. 이날 장 중 8.44%까지 올랐다가 상승폭이 5.24%로 줄어들어 9만8,500원에 마감했다. 지난 6월 말부터 외국인·기관의 동반 매도 속에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온 넷마블이 이번 자사주 매입을 계기로 반등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넷마블은 8일 올해 최저가(9만3,600원)로 추락했다. 공매도도 급증해 지난달 27일, 5일에는 전체 거래량의 30%를 넘어섰다. 최근 주가 하락의 주원인으로는 시너지가 기대됐던 넥슨 인수 무산, 동종 기업 대비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이 꼽힌다. 넷마블의 올해 예상 PER은 44배로 국내 게임업계 중 가장 높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간 급락한 넷마블이 당분간 급등하기는 어렵겠지만 자사주 매입이 바닥을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제약(293480)도 이날 내년 1월8일까지 2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지만 주가는 1.43% 하락했다. 이에 앞서 삼일제약(000520)은 최대주주 허승범 부회장이 1만1,082주를 2억9,000만여원에 매수했다고 8일 공시했다. 그러나 주가는 당일 3.34%, 이날도 0.96% 하락했다. 한솔홀딩스(004150) 역시 조동길 회장이 1~5일 17만1,700주를 8억 8,000여만원에 매수했다고 공시했지만 주가는 5일부터 이날까지 3.63%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대내외 증시 환경이 좋지 않고 기업 실적도 악화일로여서 자사주 매입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설태현 DB금융투자(016610)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자사주 매입만으로는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며 “가장 핵심은 실적이고 게임업체의 신작 출시, 바이오 기업의 신약 개발처럼 개별 상승동력을 따져봐야 한다”고 전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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