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서는 한일관계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정부가 경제단체 중 가장 탄탄한 일본 네트워크를 보유한 전경련을 ‘적폐’로 낙인 찍어 계속 ‘패싱’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국내 대기업 30개사 간담회에는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장들도 함께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청와대로부터 초청을 받았지만 해외출장 일정으로 불참했다. 하지만 경제 5단체 중 하나인 전경련은 아예 청와대로부터 초청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지만 GS그룹 회장 자격이었다.
청와대의 전경련 패싱은 현 정부 출범 후 계속되고 있다. 올해 1월 청와대 시무식 때도 전경련은 국내 경제단체 중 유일하게 초청을 받지 못했다. 청와대는 3월 “기업과의 관계와 소통에서 전경련의 필요성을 특별히 느끼지 못한다”며 전경련 패싱 기조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청와대는 전경련이 박근혜 정부 시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면서 의도적으로 전경련을 무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경련은 지난 1983년부터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과 함께 ‘한일 재계회의’를 개최하며 양국 기업 간 최고위급 경제협력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지일(知日)’ 단체로 꼽힌다. 실제로 허 회장은 올해 3월 일본에서 열린 ‘B20 도쿄 서밋’에 참석해 나카니시 히로아키 게이단렌 회장과 회동했으며 올해 한일 재계회의는 오는 11월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다.
아울러 전경련은 올해 4월 한일관계 진단 전문가 긴급 좌담회를 개최한 바 있고 이날도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 긴급 세미나를 열었다. 그러나 축사를 맡을 예정이던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긴급히 일정을 취소해 이날 세미나에 정부와 여당 쪽은 참석하지 않았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경색된 한일관계를 풀기 위해 정부는 물론 기업 등 양국의 민간 채널도 모두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금처럼 한일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단지 적폐라는 이유로 전경련의 풍부한 일본 네트워크마저 사장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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