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의 소득이 늘어나면 지출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형편이 좋아졌으니 씀씀이도 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소득이 줄어드는 경우라면 어떨까? 감소한 소득만큼 소비를 줄여야 가계 수지가 맞겠지만, 일반적으로 한번 올라간 소비 습관을 되돌리는 데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경제학에서 이야기 하는 ‘톱니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다. 한 번 앞으로 감으면 뒤로 되돌릴 수 없도록 설계된 시계 태엽의 톱니와 같이 어떠한 상태에 도달하고 나면 원상태로 돌아가기 어려운 상황을 빗대어 톱니효과라 말한다.
이런 톱니효과는 자영업 경영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장사가 잘 되던 시기에 높여 놓은 비용 구조를 매출이 감소한다고 해서 쉽게 되돌리지 못하는 경우다. 장사가 잘 될 때 부족한 일손을 보충하기 위해 직원을 추가로 채용했는데 이제는 매출이 다시 줄어서 인건비의 부담이 커진 상황을 생각해 보자. 경영자의 입장에서 당장 매출이 감소했다고 해서 직원을 바로 줄이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매출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나 분업에 익숙해진 직원들의 불만이 예상된다면 ‘좀 더 기다려 보자’ 라는 판단을 하게 된다. 숙련된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장기적으론 더 큰 손실이라는 생각도 할 수 있다.
인건비보다 통제가 용이한 광고비나 판촉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데 이마저 줄인다면 매출이 더욱 줄지 않을까’ 라는 걱정에 비용을 줄이는 결정이 쉽지만은 않다. 이렇게 높아진 비용을 계속 감내하다 보면 사업체의 경영수지가 더욱 악화되고 버틸 수 없는 한계에 이르러 비용을 조정해야만 하는 막다른 상황에 놓이게 된다.
경영 활동의 톱니효과를 촉발하는 높아진 비용과 매출감소의 상황은 자영업자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사업소득=가계수입’인 대다수의 자영업자는 줄어든 가계수입에 따라 가정의 소비도 줄여야만 하는 부담이 발생하는데 가계 소비를 줄이는 과정에서도 톱니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벌이가 좋을 때 높아진 소비 습관을 다시 되돌리는 데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결국 ‘가게(매장운영)’의 비용지출과 ‘가계(가정살림)’의 소비를 모두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야 하는 부담은 자영업 경영자에게 동시에 찾아오는 고통스런 ‘이중고(二重苦)’ 와 같다. 매출이 상승하던 시기에 공격적인 경영으로 비용구조를 크게 높여 놓았다거나 소득이 늘어난 시기에 가정에서의 씀씀이가 커져 있는 상황이라면 이를 되돌리기 위해 더욱 많은 노력과 희생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창업을 고민하거나 준비중인 예비 창업자라면 이러한 톱니효과를 충분히 염두에 두고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비수기나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을 대비하는 것은 물론, 매출의 변화에 따라 비용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사업 시작의 단계에서부터 고객의 혜택은 높이면서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알뜰한 경영을 고민하는 창업자라면 성공 창업의 확률이 더욱 높아질 것은 분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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