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채권 투자자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브라질 채권의 몸값이 최근 빠르게 오르고 있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브라질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개혁안이 의회의 관문을 넘어설 가능성이 한층 커지면서다. 이에 브라질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브라질 중앙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를 점치며 브라질 채권의 수익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11일 증권가에 따르면 올 1월2일 9.19% 수준이었던 브라질 국채 10년물 금리는 10일(현지시간) 7.21%까지 하락했다. 이는 브라질 국채 10년물 금리 사상 최저 수준이다. 금리와 가격은 역의 관계로 채권 금리가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채권값이 올라 투자자가 차익을 봤다는 의미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런 금리 하락에 연초 이후 브라질 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은 무려 21%(환차익 포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브라질 채권 금리가 급격하게 떨어지자 국내 설정된 신흥국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도 좋아지고 있다. 국내 신흥국 펀드로 분류되는 펀드들이 주로 브라질 채권을 많이 담고 있는데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들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0%에 이른다. 이는 전체 해외채권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 7.27%를 웃도는 수준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신흥국 펀드들은 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달러로 발행된 브라질 채권을 주로 편입하는데 헤알화로 발행된 채권을 투자하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달러표시 채권이더라도 금리가 크게 떨어진 것은 같은 흐름이며 브라질 채권의 가격 상승이 신흥국 채권 펀드의 성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채권의 몸값 상승은 브라질 재정개혁의 핵심으로 꼽히는 연금개혁안이 곧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다. 현재 연금개혁안은 국회 하원의 1차 투표를 통과한 상태며 곧 시행될 2차 투표에서도 무난하게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국내에서 매수한 브라질 채권(헤알화 및 달러표시 모두 포함) 규모는 1억712만달러(약 1,254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브라질 국채를 사들인 규모(8,460만달러)보다 26.6% 늘어난 것이다. 신흥국 채권형 펀드도 연초 이후 1,072억원이 순유입됐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에도 브라질 채권의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경기 부진 타개책으로 기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중앙은행이 현 6.50%인 정책금리를 오는 2020년 상반기까지 최대 세차례 인하할 것”이라며 “연금개혁 이후 브라질 국채 10년물의 금리는 6.7%까지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