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지만 자본수출로 벌어들이는 게 있고, 일본도 전 세계에 깔아 놓은 투자자산이 있어서 무역 적자 걱정을 안 합니다. 우리 자본도 국내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됩니다.”
국내 벤처캐피탈(VC)과 사모펀드(PEF) 업계에서 1세대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쥐고 있는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 창립 이후 20년 동안 굴지의 PEF를 이끌고 있는 만큼 안주할 법도 하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과거가 아닌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행보는 진취적이지만 투자철학은 누구보다 담박했다. 투자를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는 ‘투자보국(投資保國)’. 누적기준 6조5,768억원에 달하는 운용자산(AUM)의 주인을 그는 국민이라고 지칭했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창립 2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도 회장은 “스틱이 움직이는 돈은 국민의 돈”이라며 “국민의 자산을 키우고 노후를 대비하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는 자긍심이 계속 이어져야 할 (우리의 투자) 동력이다”고 말했다.
스틱은 1999년 7월 15일 도 회장이 5명의 임직원을 데리고 출발한 ‘스틱IT벤처투자’가 전신이다. 이후 사모펀드(PEF)인 스틱인베스트먼트, VC인 스틱벤처스, 스틸언터너티브자산운용까지 3개 투자전문회사에 83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는 국내 대표 대체투자운용사로 성장했다.
성장의 근간엔 투자보국이라는 사훈과 특정인의 ‘맨파워’에 의존하기 보다는 모든 인력의 역량을 시스템으로 체화시킨 투자 체계가 있었다는 게 도 회장의 설명이었다. 그는 “정부, 기관투자가 등으로부터 받은 유무형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며 “(국민의 돈이라는 생각에) 투명하고 정직하고 일관성 있게 돈을 움직여야 한다는 철학을 유지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투자가 업인 그의 시선이 국내를 넘어 해외를 아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 회장은 “전 세계에 자본축적을 이룬 나라는 미국과 유럽, 일본, 한국, 중국 정도”라며 “국내 자본의 수출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나가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 산재한 좀 더 나은 투자기회를 찾아야 스틱이 움직이고 있는 국민의 돈도 덩치를 더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스틱은 이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사무소를 열고 투자실적을 올리는 유일한 토종 PEF다. 도 회장은 선진 국가의 브랜드를 이길 수 있는 동남아 시장이 국내 자본수출의 전진시장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구체적인 계획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도 회장은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조성을 끝낼 1조2,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는 국낸 기업이 해외 자산을 인수할 때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운용될 예정”이라며 “내년 하반기에도 5억달러(한화 5,900억원) 규모의 해외 전용 펀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