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그리스의 새하얀 주택을 옮겨온 듯한 모이아의 쇼룸에서 임유정(33) 디자이너 겸 대표를 만났다. 임 대표는 모이아에 대해 “회사에서도 입을 수 있고 퇴근 후에는 바로 떠날 수 있을 정도로 어디서든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여성복”이라고 소개하며 “2030 여성들이 열정적으로 일하지만 동시에 휴식에 대한 욕구도 강하게 느끼면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모던하면서도 편안한 옷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 대표가 입고 있던 린넨 재킷도 깔끔한 출근 복장과 휴양지 패션으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쇼룸에서는 세련되면서도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이 물씬 느껴졌다. 브랜드명인 ‘모이아’ 역시 임 대표가 추구하는 ‘모던한’ 감성과 그녀가 영감을 떠올리는 그리스의 ‘이아’ 마을을 합친 것이다. 임 대표는 “패션은 단순히 옷으로만 소통하는 게 아니라 취향이 묻어난 공간까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어렸을 때부터 꼭 한번 살아보고 싶었던 이아 마을을 나무와 돌, 도자기 등으로 표현해 고객들이 단순히 옷만 입어보고 가는 게 아니라 재밌는 생각을 떠올릴 수 있도록 꾸몄다”고 말했다.
모이아는 론칭 2년 차인 신생 디자이너 브랜드다. 지난해 sfdf에서는 20위를 기록했지만 두 번째 도전 만에 전문가와 대중 평가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수수한 이 여성복 브랜드가 지난 1·2회 우승 브랜드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디스이즈네버댓’과 한복을 재해석한 ‘이세’의 뒤를 이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임 대표는 “최근에는 콘셉트가 강한 브랜드보다 분위기를 세련되게 풀어내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진 것 같다”며 “시즌이 쌓이면서 모이아가 추구하는 취향을 공유하는 고객들이 연령대와 상관없이 늘어나고 있다”고 짚었다.
모이아는 올해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연매출(18억원)을 달성했다. 모이아가 이토록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데는 임 대표가 동대문에서 쌓은 6년간의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임 대표는 “의상학과에 재학하던 당시 디자이너의 꿈을 안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도매 디자인을 시작했다”면서 “소비자의 반응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면서 트렌드를 읽어냈고 디자이너의 색깔만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대중성도 갖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모이아는 백화점 편집숍에서 찾아볼 수 없다. 다양한 온·오프라인 플랫폼에 입점하는 다수의 디자이너 브랜드와 달리 몇몇 채널에만 집중한다. 임 대표는 “백화점 편집숍에서 입점했을 당시 처음 공지와 달리 브랜드별로 소개되지 않고 여러 브랜드와 섞여 판매되고 있어 그 이후로는 모이아를 가장 잘 나타내는 공간에만 입점하고 있다”면서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리기보다는 다양한 소비자들이 모이아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방에 팝업 스토어를 열고 내년 하반기에는 중국이나 일본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모이아는 온라인 플랫폼 29㎝, W컨셉, 위즈위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온라인몰 SSF샵 등 네 군데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모이아는 sfdf에서 우승하며 내년 3월에 열리는 ‘2020년 F/W시즌 서울패션위크’행 티켓도 거머쥐었다. 임 대표는 “정말 잘 해내고 싶다”며 “첫 번째와 두 번째 우승 브랜드와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어 쇼에 대한 걱정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인 공기가 ‘모이아스러운’ 쇼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의 롤모델은 ‘셀린’의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비 파일로다. 임 대표는 “일과 삶을 균형을 잘 조절하는 피비와 같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며 “또 피비가 브랜드가 아닌 디자인으로 기억되며 다음 행보가 기다려지듯이 모이아도 다음 시즌이 궁금해지는 브랜드로 키워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