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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도 떠나고 싶다면, 모이아를 입고 출근하세요"

제3회 sfdf 우승자, 임유정 모이아 디자이너 인터뷰

두번째 지원만에 전문가, 대중 평가에서 압도적 1등

2년차 브랜드지만 6년간의 도매 디자인 경험 살려

대중성과 모던한 브랜드 정체성 조화 이뤄내

"다음 시즌 기다려지는 브랜드로 거듭날 것"

한남동 이태원로를 뒤로하고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걸으면 온라인상에서 유명한 디자이너 브랜드의 쇼룸들이 펼쳐진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진행한 제3회 패션 디자이너 후원 프로그램 ‘sfdf’의 우승 브랜드 ‘모이아(Moia)’도 이곳에서 쇼룸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2일 그리스의 새하얀 주택을 옮겨온 듯한 모이아의 쇼룸에서 임유정(33) 디자이너 겸 대표를 만났다. 임 대표는 모이아에 대해 “회사에서도 입을 수 있고 퇴근 후에는 바로 떠날 수 있을 정도로 어디서든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여성복”이라고 소개하며 “2030 여성들이 열정적으로 일하지만 동시에 휴식에 대한 욕구도 강하게 느끼면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모던하면서도 편안한 옷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임유정 모이아 대표/사진제공=삼성물산 패션부문




실제로 임 대표가 입고 있던 린넨 재킷도 깔끔한 출근 복장과 휴양지 패션으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쇼룸에서는 세련되면서도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이 물씬 느껴졌다. 브랜드명인 ‘모이아’ 역시 임 대표가 추구하는 ‘모던한’ 감성과 그녀가 영감을 떠올리는 그리스의 ‘이아’ 마을을 합친 것이다. 임 대표는 “패션은 단순히 옷으로만 소통하는 게 아니라 취향이 묻어난 공간까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어렸을 때부터 꼭 한번 살아보고 싶었던 이아 마을을 나무와 돌, 도자기 등으로 표현해 고객들이 단순히 옷만 입어보고 가는 게 아니라 재밌는 생각을 떠올릴 수 있도록 꾸몄다”고 말했다.

모이아는 론칭 2년 차인 신생 디자이너 브랜드다. 지난해 sfdf에서는 20위를 기록했지만 두 번째 도전 만에 전문가와 대중 평가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수수한 이 여성복 브랜드가 지난 1·2회 우승 브랜드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디스이즈네버댓’과 한복을 재해석한 ‘이세’의 뒤를 이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임 대표는 “최근에는 콘셉트가 강한 브랜드보다 분위기를 세련되게 풀어내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진 것 같다”며 “시즌이 쌓이면서 모이아가 추구하는 취향을 공유하는 고객들이 연령대와 상관없이 늘어나고 있다”고 짚었다.

모이아는 올해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연매출(18억원)을 달성했다. 모이아가 이토록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데는 임 대표가 동대문에서 쌓은 6년간의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임 대표는 “의상학과에 재학하던 당시 디자이너의 꿈을 안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도매 디자인을 시작했다”면서 “소비자의 반응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면서 트렌드를 읽어냈고 디자이너의 색깔만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대중성도 갖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유정 모이아 대표/사진제공=삼성물산 패션부문


모이아는 백화점 편집숍에서 찾아볼 수 없다. 다양한 온·오프라인 플랫폼에 입점하는 다수의 디자이너 브랜드와 달리 몇몇 채널에만 집중한다. 임 대표는 “백화점 편집숍에서 입점했을 당시 처음 공지와 달리 브랜드별로 소개되지 않고 여러 브랜드와 섞여 판매되고 있어 그 이후로는 모이아를 가장 잘 나타내는 공간에만 입점하고 있다”면서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리기보다는 다양한 소비자들이 모이아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방에 팝업 스토어를 열고 내년 하반기에는 중국이나 일본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모이아는 온라인 플랫폼 29㎝, W컨셉, 위즈위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온라인몰 SSF샵 등 네 군데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모이아는 sfdf에서 우승하며 내년 3월에 열리는 ‘2020년 F/W시즌 서울패션위크’행 티켓도 거머쥐었다. 임 대표는 “정말 잘 해내고 싶다”며 “첫 번째와 두 번째 우승 브랜드와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어 쇼에 대한 걱정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인 공기가 ‘모이아스러운’ 쇼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의 롤모델은 ‘셀린’의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비 파일로다. 임 대표는 “일과 삶을 균형을 잘 조절하는 피비와 같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며 “또 피비가 브랜드가 아닌 디자인으로 기억되며 다음 행보가 기다려지듯이 모이아도 다음 시즌이 궁금해지는 브랜드로 키워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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