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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비켜" 존재감 커지는 국산화 성공 中企

SR테크노팩 즉석밥 포장필름

日 소재보다 친환경·성능 우수

한국콜마는 SKⅡ 피테라성분

대체원료 개발, 히트상품 키워

영도벨벳·한국OSG도 국산화로

日 통상보복 속 경쟁력 이어가





SR테크노팩 관계자가 15일 경기도 화성에 자리한 공장에서 GB-8 기술이 적용된 고차단성 필름 제품생산 공정을 지켜보고 있다./사진제공=SR테크노팩


#조리가 편하고 맛도 좋아 식탁에 자주 오르는 즉석밥. 갓 지어낸 듯 윤기가 흐르는 쌀밥을 방부제 하나 없이 상온에서 오랜 기간 보관할 수 있는 비결은 다름 아닌 포장기술에 있다. 특히 쌀밥이 외부 산소나 미생물과 완벽하게 차단될 수 있었던 것은 ‘고차단성 필름(EVOH, 에틸렌비닐알콜 필름)’ 덕분이다. 그러나 국내 즉석밥 제품에 활용되는 이 필름은 전량 일본 쿠라레이사(EVAL)와 니폰고세이사(Soarnol)에서만 공급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중견기업이 일본 제품보다 친환경적이면서 성능은 훨씬 뛰어난 제품을 선보여 수입 대체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통상보복 조치가 한국 경제를 정조준하는 가운데 소재 및 부품의 국산화에 성공한 중소·중견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포장재 생산 전문기업 SR테크노팩은 식품 사용 후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산소차단 코팅필름 ‘GB-8’을 개발했다. SR테크노팩은 일본 회사가 독점하고 있는 국내 고차단성 필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수년간 연구개발(R&D)을 거듭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산소차단 효과가 뛰어난 폴리비닐알콜(PVOH)에 특수 기술로 보완한 코팅액 등을 찾아내 신물질 생산 기술을 확보하고 관련 특허를 등록한 상태다. GB-8은 기존 산소차단 필름보다 3배 이상 산소차단 효과가 있고 코팅량 증가에 따라 초고차단성 효과를 갖춘데다 기존 일본 제품에 비해 25% 가량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코팅제가 인체에 독성이 없으며 쉽게 분해되는 생분해성 물질이라는 점도 높이 평가된다.



조홍로 SR테크노팩 대표는 “포장용기 산업에 몸담으면서 소재 관련 원천 기술이 해외에 있다는 부분에 항상 아쉬움을 느껴왔다”며 “특히 핵심 기술만큼은 국산화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기에 이번 GB-8 개발에 모든 것을 쏟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개발한 산소차단성 기술이 식품포장뿐만 아니라 2차 전지나 디스플레이 같은 다른 산업영역의 포장 분야로 확장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콜마도 일본에 의존하던 화장품 원료를 지속적으로 국산화하는 기업으로 손꼽힌다. 다국적기업 P&G에서 제조, 판매하는 SKⅡ 피테라 에센스에 들어가는 곡물 발효 성분 이른바 ‘피테라 성분’은 관련 특허를 쥐고 있는 일본기업에서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피테라 성분의 활용도를 높게 평가한 한국콜마는 관련 특허가 종료하는 시점에 맞춰 기존과 다른 곡물에서 뽑아낸 발효 성분을 자체 기술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에이블씨앤씨에 납품, ‘더 퍼스트 트리트먼트 에센스’라는 공전의 히트작을 내놓게 됐다. 바닷속 산호를 위협하는 선크림 성분도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왔지만 최근 연구를 거듭한 끝에 나노입자로 쪼개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징크옥사이드 성분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벨벳 섬유 전문업체 영도벨벳도 국산화로 기업 경쟁력을 끌어올린 사례로 주목 받고 있다. 이 회사는 공정 중에 액정의 방향을 일정하게 조절하는 배향막 형성 공정에 쓰이는 러빙(rubbing)포를 8년간 연구해 지난 2005년 양산까지 성공했다. 러빙포는 액정디스플레이(LCD) 기판에 코팅된 박막을 기계적으로 문질러 액정 분자를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시키는 데 쓰이는 섬유 소재다. 영도벨벳이 러빙포 기술을 지니기 전까지는 일본 요시카와사가 전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해왔다. 류병선 영도벨벳 대표는“우리 기업들이 일본 통상보복에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 수출길까지 막혀 막막한 상황이지만, 수출을 다각화하고 해당 분야에서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3대 절삭공구 업체 가운데 하나인 한국OSG도 국산화를 통해 성장한 회사로 꼽힌다. 한국OSG는 드릴 등으로 뚫은 구멍에 암나사를 가공하는 탭과 초경탭 등 다양한 생산품에 활용되는 연삭 기술은 물론 진공 열처리를 바탕으로 한 최첨단 열처리 기술 등을 보유해 연간 8,500만 달러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OSG와의 합작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일본에 역으로 절삭공구를 수출한다.
/이수민·심우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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